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4월 5일 식목일(植木日), 청명 본문
나무 같은 삶을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놀이 친구가 되어주고 그늘이 되어주고 재목이 되어주고 잘린 뒤에는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되어주는,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삶. 나무는 또한 처한 상황의 후박을 가리지 않는다. 불평불만이 없다는 말이다. 평생 한 곳에서 나고 자라고 누군가의 말벗이 되어주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서 기억을 공유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배려 깊은 친구. 나무가 없다면 숱한 밤의 허다한 상념들을 어찌 기록하여 남겨둘 수 있을까. 나무가 없다면 섬과 뭍 또한 만날 수가 없었을 거다. 내가 나무가 될 수 없다면 내 몸에 마음의 나무라도 한 그루 심고 싶다. 나무의 마음을 닮아가면서 나무처럼 베푸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식목일에 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은 많다. 희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의 분위기 만큼은 또렷하게 떠오른다. 당시에는 식목일이 공휴일이라서 전날부터 어린 가슴들은 부풀어 오른다. 학교에서는 글짓기를 하고 포스터를 그리고 반 별로 모여 선생님의 인솔 아래 학교 주변이나 인근 뒷산에 나무를 심었다. 그때 우리가 심은 나무 중 몇 그루는 우리와 함께 나이를 먹어 오다 어느덧 교목(크고 우람한 나무)이 되어 다시 교정을 찾은 우리를 반겨주기도 했다. 그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찬 것이었다. 함께 나무를 심던 은사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구덩이를 파고 흙을 다지던 자상한 손길은 나무와 더불어 영원히 기억 속에 의구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절기상으로는 청명, 한식이기도 하다. 이날만이라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묘역도 살피고 묵은 안부도 놓고 왔어야 하는데, 무엇이 그리 빠쁘다고 헛것에 마음을 두고 쓸데없이 분주한 지.... 가깝게 모셔놓고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송구함을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내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늘 곁에서 지켜주던 부모님의 기도와 사랑 때문임을 안다면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인데.... 알면서도 못하니 더욱 참담할 뿐이다. 그나마 엄마는 내 마음을 수이 읽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송구스러움을 조금은 희석한다. 이렇게 저렇게 봄날은 간다.
오랜만에 장을 봤다. 계란과 두부, 콩나물, 곰탕 팩, 냉면육수, 소면, 오이, 풋고추, 냉이, 시금치, 오징어젓갈, 파래김 그리고 홈쇼핑에서 트레이닝복 하의 두 벌을 구매했는데, 트레이닝복 하나는 길이가 너무 짧아 반품했다. 일단 냉장고에 식자재가 들어차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향후 일주일이나 열흘은 반찬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아,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점안액 두 개를 샀다. 늘 쓰던 걸 찾았으나 약사는 다른 걸 주었다. 이 약국에서는 갈 때마다 다른 제품을 주곤 한다. 세 개를 샀는데 세 개 모두 다른 종류다. 효능은 같다고 하니 일단 써보기는 하는데, 내가 뭐 임상실험 환자도 아니고, 참 나. 제약회사의 영업 능력에 따라 비치하는 약품의 종류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아무튼 효능이 같다니 믿을 수밖에.
내가 가진 두 종류의 주식(카카오, 애플)이 최근 모두 주가가 상승해 오늘 현재 약 5백50만 원(카카오 450만 원, 애플 1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올 설 명절에 만난 아들의 강력한 권유로 2월부터 주식을 시작했는데, 두 달 만에 이만큼의 수익을 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워낙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 줍줍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8만 원대까지 떨어졌던 카카오 주식의 경우 (나는 평균 8만9천에 250주를 매수했다) 현재 10만6천 원까지 올랐다. 앞으로 15만 원까지도 오를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인데, 모르겠다. 애플은 172달러(당시 환율상 20만8천 원)에 120주를 구입했는데, 현재 177달러(21만6천 원)다. 상승폭이 크진 않지만, 나는 애플의 저력을 믿는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하도 변수가 많아서 미래 상황을 쉽사리 낙관할 수는 없다. 그나저나 나같은 개미도 두 달만에 550만 원의 수익을 내는데 (물론 며칠만에 주가가 뚝 떨어질 수도 있다. 사실 최근까지 애플은 계속 마이너스였다. 수익을 내기 시작한 건 2주 전부터다), 대자본 주주들은 어떻겠는가. 확실히 자본주의는 돈이 돈을 벌어다주는 세상인 게 틀림없다. 적금 이자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수익이다. 아들의 권유에 긴가민가 하면서 두 개의 적금을 깨 매수한 주식들이니만큼 앞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진 않아도 좋으니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잘 가지고 있다가 아들 장가갈 때 결혼선물로 (주식을) 줄 예정이다. 진득하게 가지고 있으면 손해볼 일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니 믿어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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