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4월의 첫날, 오랜만에 옷을 사다 본문
주 보좌관 마저 청을 나가니 사무실이 더욱 적막해졌다. 일주일에 사흘은 이제 특보실에 나 혼자 있어야 한다. 개인 작업실이 된 것이다. 음악도 크게 들을 수 있고, 난방도 나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혼자 있으니 희한하게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비서실에서 넘어오는 일도 전보다 줄어 시간도 많아졌다. 6월초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뭔가 개인 작업의 성과를 남겨야겠다. 뭘 하면 좋을까. 시집 발간을 위한 시들이나 정리해야겠다.
퇴근길에 근처 홈플러스에 들러 정말 오랜만에 매장에서 청바지와 티셔츠를 구매했다. 구매 비용은 3만 원, 신발과 카디건까지 구매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그만두었다. 그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하곤 했는데 홈페이지 이미지만 보고 구매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의 옷이 도착하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구매를 후회했던 적이 가끔 있었다. 확실히 현장에서 옷을 사니 입어볼 수도 있고, 느낌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그나저나 잡화를 파는 곳은 너무 썰렁했다. 이렇게 손님이 없어도 쇼핑센터가 운영될까 걱정이 될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중국인들로 보이는 여자 손님들 서너 명만 서성거리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기업 쇼핑센터가 이 정도라면 소상공인들의 사업장 상황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홈플러스에서 나와 예술회관역까지 걸어가면서 근처의 주점 갈매기에 들를까 말까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계양행 열차가 바로 앞 정거장(고속터미널역)에 도착했다는 교통 상황판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개표구 안으로 들어갔다. 늘 선택을 강요하는 몇 분이 고비다. 그 고비를 넘기면 오히려 스스로 뿌듯해하며 귀가할 수 있다. 오래 찾지 못해 종우 형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손님이 업소의 매상을 걱정하는 건 아름답긴 하나 해결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손님이 지출을 감수하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술집의 매상과 사장의 상황을 걱정하는 건 그야말로 술꾼의 오지랖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조만간 한 번은 들르겠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의리를 지킨다며 자주 들러 술을 마셔왔더니 언제부터인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 가끔 일이 있어 못 가면 노골적으로 서운해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상대방을 ‘길들인’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마음 둘 데가 없어 6개월 정도를 일주일에 사흘은 갈매기에 들렀다. 술집 입장에서는 VIP 손님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술도 예전만큼 마시지도 못할뿐더러 그리 당기지도 않는다. 누군가 말했듯이 자신이 마시는 술의 양에도 총량이 있는 모양이다.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열흘에 한 번 정도 맘에 맞는 지인들과 편하게 마시는 술자리가 좋다. 특별한 약속 없이 습관적으로 술 마시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일부러 노력한 건 아니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바람직한 변화다. 일찍 귀가한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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