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4월은 온통 파란색이었으면..... 본문
4월은 온통 파란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도 나도 내 주변도 온통 파란색, 파란 마음, 파란들, 파란 언론, 파란 정치, 파란 관계들 천지라면 좋겠습니다. 어젯밤 아들과 통화를 했는데, 법원 생활 3년 차에 일은 익숙해졌으나 미래에 관한 생각은 많아진 듯합니다. 그건 그 아이가 감당해야 할 일이겠지요.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멋지게 자기 삶을 만들어 갈 것이라 믿습니다. 경제적으로 도와줄 건 별로 없지만, 늦은 밤 그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해 줄 수는 있습니다. 그나마 제게는 행복한 일입니다. 아들 쪽에서 먼저 연락한다는 건 그래도 내가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새벽에는 엄마 꿈을 꾸었습니다. 가족들과 어딘가를 갔다가 귀가를 하던 중, 저 멀리 나무 아래 홀로 앉아 있는 엄마를 발견하고 “엄마, 엄마!” 부르며 다가갔습니다. 엄마는 나를 보자 환한 표정으로 다가왔지요. 나는 엄마를 등에 업고 걸었습니다. 부슬비가 내려 나는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엄마의 머리와 어깨를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걸었는데, 어느 순간 갈라진 길을 가다가 엄마를 잃었습니다. 분명 등에 업고 있었는데, 엄마가 없어진 것이죠. 황망한 마음에 엄마를 부르며 한참을 돌아다니다 깼습니다. 깨어보니 새벽 3시였습니다. 아이와 전화를 끊고 잠이 든 지 세 시간 정도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깨고 나서도 엄마가 보고 싶어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꿈은 흑백이라는데, 엄마가 특별히 원색의 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으나 나는 멀리서도 엄마를 알아볼 수 있었지요.
4월을 엄마의 꿈으로 시작합니다. 4월은 망자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르는 달, 또 얼마나 나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삼켜야 할까요.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세월은 참 무심하게도 빨리 흘러갑니다. 바뀐 정권은 세월호의 진실에 눈을 가릴 게 분명합니다. 적폐들의 일탈과 직무유기가 만들어낸 미증유의 비극을 적폐 출신 권력이 어찌 진실을 밝힐 수가 있겠습니까. 다시 또 진혼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지요. 언제라야 4월의 진실은 의혹 한 점 없이 밝혀지고, 구천을 떠도는 저 원혼들은 다소 편한해진 마음으로 하늘에 들까요. 생각하면 참 모진 세월입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번째 안과 방문, 날씨 맑음 (0) | 2022.04.04 |
---|---|
4월 3일 일요일, 너무 예쁜 봄 날의 전시 (0) | 2022.04.03 |
4월의 첫날, 오랜만에 옷을 사다 (0) | 2022.04.01 |
카드 재발급을 위해 재단 방문 (0) | 2022.03.31 |
흐리고 비, 후배들 만나다 (0) | 2022.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