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정치도 하루쯤은 맑아야 하는 거 아니야 본문
공기 질은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했다. 공기 질이 나쁘면 창문 닫고 지내면 그만이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었다. 공기청정기를 구매했지만, 그것에 의존할 수만은 없는 일, 미세먼지 확인 애플리케이션이 ‘최악’이나 ‘매우 나쁨’의 경고를 보내오지 않는 이상 대체로 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편이다. 오늘은 닫았다가 열었다가를 반복했다. 볕은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탄성이 나올 만큼 화창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정치 뉴스를 몰아서 봤다.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고착될까 봐 의식적으로 찾아봤다. 예상대로 보기 힘들었다. 불가항력적 비극은 슬프지만 화가 나진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는 일종의 야바위다. 볼 때마다 화가 난다. 이곳에서 정당이란 더 교묘한 술수를 쓰는 사기꾼이 승리하는 악의 연대일 뿐이다. 정치꾼들은 하나같이 탈법 불법의 화신들이다. 그들이 법을 만든다. 자신들도 지키지 않을 법을 꾸역꾸역 만든다.
또한 그들은 교묘한 쇼맨들이다. 그들이 민주와 정의를 말하면서 벌이는 쇼는 목불인견이다. 가끔 그들의 쇼에 속아 열렬한 추종자가 되거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얼빠진 국민도 적지 않다. 그들이 정말 싫다. 그들에게 빌붙는 검찰과 경찰이 싫고, 자신이 도대체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천박한 판결문을 앵무새처럼 낭독하는 판사들도 경멸한다. 쓰레기들의 홍보 소식지를 자처하는 천박한 언론들도 경멸한다. 그러니 신문이나 뉴스 볼 생각이 없는 거다.
균형을 잃었지만, 날씨는 그들보다 얼마나 정직한가. 미세먼지만큼이나 국민의 삶에 해로운 떨거지들. 최근 일제 강점기 징용 관련 판결을 내린 판사의 몰역사적 태도를 보면서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이런 인간들이 사회지도층이라고 젠체하는 세상에 사는 내가, 우리가 불쌍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서글프다. 한 시간을 채 보지 못하고 뉴스 보기를 포기했다. 하루를 우울하게 마감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항쟁 34주년 (0) | 2021.06.10 |
---|---|
시는 매번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0) | 2021.06.09 |
다시 또 한 명의 시인 하늘에 들다 (0) | 2021.06.07 |
가난한 날의 소박한 행복 (0) | 2021.06.06 |
주부처럼 분주했던 하루 (0) | 2021.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