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6월 항쟁 34주년 본문
그해 여름, 나는 거의 매일 석쇠처럼 달궈진 가두에 있었다. 뜨거운 열기는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조리한 세상을 더는 견딜 수 없어 세상을 바꾸고자 분연히 일어선 무수한 군중의 구호와 노랫소리가 도시의 아스팔트와 빌딩 사이를 가득 메웠다. 그 구호와 노랫소리는 훼손된 노동의 가치와 깨진 민중의 자존을 강고하고 촘촘하게 회복시켜줄 거라 믿고 있(싶)었다. 서로서로 결속한 스크럼 속에서 파렴치한 정권의 몰락을 기원하며 노래를 불렀다. 맞고 부러지고 구속되고 살해당한 동료들의 소식이 비어처럼 흘렀다. 하지만 신발 끈을 고쳐 매며 전열을 가다듬은 민중의 투혼은 아침노을에서 저녁노을까지 한결같았다. 당시의 조건과 상황의 엄혹함을 생각한다면, 그건 낯설면서 낯익은 장엄함이자 벅찬 감동이었다. 34년 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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