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무명가수, 앨범을 내다 본문
나의 가수 혁재가 앨범 발매 쇼케이스와 후원자들에 대한 사은행사를 겸한 공연을 했다. 물론 관객이 없는 비대면 공연이었고 공연 실황은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었다. 막걸리를 마시며 자유롭게 노래하는 혁재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내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확실히 혁재는 노래할 때가 가장 멋지다. 사실 본인은 노래 자체보다는 막걸리를 마시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리고 가창력이 내로라할 만큼 뛰어나진 않지만, 그의 하모니카연주와 기타연주는 듣는 사람을 매혹시킨다. 장발에 크고 그윽한 눈을 가진 혁재가 고개를 숙인 채 하모니카를 불 때면 청중들은 일제히 고즈넉한 상념에 빠져든다.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지만 특별히 어디 아픈 곳이 없는 걸 보면 확실히 주당은 하늘이 내는 것 같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으니 내심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물론 본인은 “형, 아프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날 거야. 나는 여행하다가 길에서 죽을 거거든.”이라고 담담하게 말을 하곤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생사에 초탈한 현자이거나 감상에 빠진 사춘기 소년일 텐데, 혁재는 전자라고 하기도 뭐하고 후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가끔 그의 정신세계가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비굴하거나 비루하게 자기 삶을 꾸려갈 위인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성품 때문에 아마도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많은 것일 게다. 한해가 가는 저물녘에 늦게나마 그의 앨범을 만날 수 있어 매니저로서 여간 기쁜 게 아니다. 앨범이 나왔다고 갑자기 혁재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을, 그리고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가 좀 더 자신의 삶을 가꾸고 사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쪼록 두 분의 엄마를 모시며 살고 있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두 분의 엄마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는 혁재의 겨울이 앞으로 더는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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