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코로나가 내 삶의 지척까지 닿았다 본문

일상

코로나가 내 삶의 지척까지 닿았다

달빛사랑 2020. 12. 28. 00:15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보좌관 한 명이 2주 전에 참석했던 회의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다음 달 1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교육감과 정책국장도 자가격리에 들어가서 교육청은 현재 비상이 걸렸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의 감염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개인 방역만 잘하면 괜찮겠지라는 다소 안이한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듯 자주 접촉했던 인물들이 하나둘 코로나에 영향을 받는 처지가 되고 보니 이게 정말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노모를 모시고 있어 당연히 코로나에 노출되면 안 될 일이지만, 지금 자가격리 중인 보좌관 역시 얼마 전 출산한 딸이 아기와 함께 친정으로 몸조리를 와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사태는 무척 심각해질 것이다. 물론 나를 비롯하여 다른 보좌관들도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해당 보좌관이 오늘 9시에 검사를 받았고 오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는데 부디 음성이 나오길 전전긍긍하며 기다리고 있다. 물론 오늘 음성이 나온다고 다 끝난 건 아니다.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에도 검사를 다시 한번 받고 그때 음성이 나와야만 최종적으로 격리가 해제된다. 우리는 확실히 코로나와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나라에 역병이 돌아도 안온한 식탁을 보장받는 사람들의 느린 시간을 위하여 그들은 병든 반려견처럼 유기되었다. 거리에서 공중에서 무표정한 바람의 찬 이불을 덮고 어긋난 시간의 갈비뼈를 힘겹게 맞춘다. 고통과 신음조차 상품이 되고 광고가 되는 태연한 도시에서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절하며 바람의 이불을 둘둘 감은 채 얼어붙은 도시를 기어간다. 슬개골 사이에서 비명이 들린다. 유명 정치가의 쇼맨십이 저녁 뉴스마다 일제히 오르고, 길 위에서 고공에서 시나브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은 앳된 가수의 노랫소리에 묻힌다. 빌딩의 전광판들도 일제히 뇌동한다. 잠시 후 도시의 모든 전광판에는 노회한 정치가의 웃는 모습만 가득하다. 역병은 한결같고 거리를 휩쓰는 바람은 차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지런한 교활과 게으른 평범  (0) 2020.12.30
엄마와 꿀  (0) 2020.12.29
엄마와 소고기  (0) 2020.12.27
무명가수, 앨범을 내다  (0) 2020.12.26
별 느낌 없는 크리스마스  (0) 2020.12.2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