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엄마와 소고기 본문
식탐 없는 엄마가 기력이 없다며 소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 엄마의 제안이 오히려 고마워서 바로 마트에 들러 살치살을 사다가 구워드렸다. 고기가 부드러워 이가 좋지 않은 엄마였지만 맛있게 드셨다. 보고 있는 나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아들이 손수 구워준 고기라서 더 맛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고기를 드신 게 아니라 관심과 사랑을 드셨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미각보다 마음의 포만감이 훨씬 컸을 것이다. 한 접시를 구워드렸는데, 반 접시를 드셨다. “이가 얼얼할 정도로 맛있게 많이 먹었다. 한 달에 두어 번은 고기를 먹어야겠구나.”라고 말씀하셔서, “걱정하지 마세요. 일주일에 한 번은 먹도록 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5만 원 남짓한 돈으로도 한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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