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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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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크리스마스 이브

달빛사랑 2020. 12. 24. 19:37

 

코로나로 인해 크리스마스이브의 설렘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무모한 청춘들을 제외한다면 9시 이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 카페와 술집들도 크리스마스 대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리두기 2.5단계 이후에는 술집이 9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술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술을 사 들고 모텔로 들어가 여흥을 즐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텔만큼은 코로나 특수를 누릴지도 모르겠다. 그럴듯하지만 낯선 풍속이다. 그렇게까지 술을 마셔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술은 술을 부르는 법이니,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호텔이라고 해서 못 갈 이유가 없는 게 술꾼일 터이니.

 

오후에는 잡지 편집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다. 화상회의는 (시스템의 조건상 필연적으로) 회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여전히 나는 어색하다. 이런 사무적인 회의조차 어색하고 어려운데 예술가들이 카메라 앞에서 관중(객) 없이 공연할 때는 얼마나 더 어색하고 어려울까. 참으로 모진 세월이다. 인간이 스스로 쌓은 악업 때문에 겪게 되는 고통이라고는 하지만 생전 처음으로 겪는 이 강제된 인간적, 사회적 격절은 도무지 적응하질 못하겠다. 내가 아는 지인들은 아마도 신포동 카페 ‘극장 앞’에 모여 와인을 마시며 성탄 전야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몇몇이 연락을 해왔지만, 어색한 사람도 있고, 집에서도 멀 뿐만 아니라 컨디션이 안 좋은 엄마가 집에 홀로 계셔야 해서 ‘집콕, 방콕’을 결심했다. 잘한 일이다.

 

제주에서 차로 이동하며 화상회의에 참석한 후배 하나는 카메라 각도를 돌려 갈대밭과 멀리 한라산의 풍광을 보여줬는데, 역광 때문인지 그가 의도한 감동은 느끼지 못했다. 만약 나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다면 그 의도는 확실히 성공했다. 부러웠다. 현재 제주 사는 영택, 희순 커플은 다음 달, 전북 진안으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거칠 것 없이 자유롭게 사는 후배들의 삶이 부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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