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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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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별 느낌 없는 크리스마스

달빛사랑 2020. 12. 26. 18:06

 

종일 엄마와 집에서 보냈다. 얼마 전에 넘어져 입은 타박상에 통풍까지 겹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엄마를 위해 음식 만들고, 주물러주고, 말벗을 해드렸다. 엄마의 몸은 마른 삭정이 같았다. 마사지하는데 살집은 없고 뼈만 잡혔다. 조금만 힘을 줘도 신음을 하셨다. 그래도 아들에게 마사지를 받는 것이 기분이 좋으신지 표정은 환했다.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시는 엄마를 위해 전복죽, 소고기죽, 채소죽 세 상자를 구매했다. 생각보다 잘 드셨다. 동생에게 안부 전화가 걸려왔을 때, “형이 모든 걸 다 잘해줘서 걱정할 거 하나 없이 편하게 있으니 올 생각하지 말고 너희들도 건강 조심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아래층 아주머니가 알배기 배추를 주어 그것으로 겉절이를 담갔다. 눈대중 손대중으로 담갔지만 맛있었다.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준 홍합으로는 홍합탕을 끓였다. 저녁 식탁이 무척 풍성했다. 오늘 하루, 영화 두 편을 보았고, 교육감 정책자료집 발간을 위해서 종일 교정과 윤문 작업을 했다. 시력이 많이 떨어져서 모니터로 원고를 보다 보면 쉽게 눈이 침침해졌다. 총기 있고 빛나는 눈을 갖고 싶은데,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퀭한 눈만 보여서 속상하다.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도 별다른 느낌 없이 보내곤 한다. 나이를 먹었다는 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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