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당신의 겨울, 첫눈(미완성 초고) 본문
당신의 겨울은
마른 나뭇가지 위로 부는 바람이거나
몇 그릇의 단호박죽
미각이 떠나버린 혀가 기억하는
마지막 달콤함 같은
물에 담긴 틀니에서는 자주
음정이 불안한 찬송가 소리 들리고
남은 기억은 시간이 차마 넘지 못하는
세월의 강둑까지 걸어갔다가 풀 죽어 돌아왔다
가끔 그믐의 달빛이 오히려 환한 빛을 내며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그때마다 당신의 새벽은
3단 서랍장 맨 아래 서랍에서
저린 손목과 발목을 움직거리는 수의처럼 불편하다
물러진 잇몸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제 편이 아닌 시간을 하릴없이 바라보며
잠자듯 소멸할 순간을 위해
밤마다 드리는 당신의 기도는 오늘도 하염없다
문득 환한 것에도
마음을 심하게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눈 내린 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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