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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당신의 겨울, 첫눈(미완성 초고) 본문

일상

당신의 겨울, 첫눈(미완성 초고)

달빛사랑 2020. 12. 22. 00:00

 

당신의 겨울은

마른 나뭇가지 위로 부는 바람이거나

몇 그릇의 단호박죽

미각이 떠나버린 혀가 기억하는

마지막 달콤함 같은

 

물에 담긴 틀니에서는 자주

음정이 불안한 찬송가 소리 들리고

남은 기억은 시간이 차마 넘지 못하는

세월의 강둑까지 걸어갔다가 풀 죽어 돌아왔다

 

가끔 그믐의 달빛이 오히려 환한 빛을 내며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그때마다 당신의 새벽은

3단 서랍장 맨 아래 서랍에서

저린 손목과 발목을 움직거리는 수의처럼 불편하다

 

물러진 잇몸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제 편이 아닌 시간을 하릴없이 바라보며

잠자듯 소멸할 순간을 위해

밤마다 드리는 당신의 기도는 오늘도 하염없다

 

문득 환한 것에도

마음을 심하게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눈 내린 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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