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더불어 사는 즐거음ㅣ작업 환경을 바꾸다 본문
후배가 보내준 민어를 꺼내 무를 넣어 졸여놓고 마트에 들러 된장과 휴지, 잡곡을 사왔다. 오후에는 누나가 롤케이크와 마늘과 사골국물 두 통을 가지고 왔다. 부산에 있는 누나는 감자와 옥수수를 두 박스나 보내왔다. 엄마에게 늘 기도를 부탁하는 교회 권사님 한 분은 묵은김치 한 통을 가지고 왔다. 1층 아주머니는 텃밭에 기른 늙은 오이와 호박, 가지를 한 봉지 주고 갔다. 대부분 준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과 채소 등속을 한가득 받고 보니, 더불어 사는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받는 마음이야 고마운 게 당연한 일이지만, 주는 마음도 또 그만큼 즐거웠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받는 사람에게도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
1차 자료가 너무 부실한 탓에 Y-50년사 작업이 지지부진해 작업 환경을 바꿔봤다. 책상 의자에 앉아서 서너 시간 작업하다 엉덩이가 배기거나 싫증이 나면 분위기를 바꿔, 앉아서도 작업할 수 있도록 좌식 작업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공간 배치의 원칙은 내가 어디에 있든 손 벌리면 쉬 닿을 수 있는 곳에 컴퓨터(노트북이든 테블릿이든)와 마우스가 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선을 고려하여 책상이나 컴퓨터의 배치를 바꾸고 선을 연결하고 청소를 하다 보면 두어 시간이 휘리릭 지나간다. 그러고 나면 머리도 맑아진다. 작업에 집중이 잘 안 될 때 수고로움 속으로 나 스스로를 던져 넣는 건 나의 오랜 버릇이다. 어떤 때는 주방의 그릇을 다시 정리하거나 신발장 안의 운동화들을 모조리 세탁하기도 한다. 아무튼 오늘 큰 거사를 치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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