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그리고 하루 종일 비 본문
오전 11시에 문화포럼 예술창작분과 회의를 시작했고, 정확히 12시에 점심을 먹었다. 사람들과 헤어질 때도 비는 내렸다. 그 비가 너무 좋아 신포동 나간 김에 낮술을 마셔볼까 생각했으나 멤버가 없어서 포기했다. 재단에 들러 다이어리 서너 권을 얻은 후 곧바로 집에 왔다. 한 숨 자고 난 후 고픈 배를 추스르며 집을 나섰다.
월요일은 내가 공식적으로 갈매기를 찾는 날. 예술회관역 지하도를 걸어가다가 맞은편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혁재와 우연찮게 마주쳤다. 로미 씨를 만나러 부평에 가는 중이라고 했다. 초췌한 모습이었다. 혁재에게 로미 씨 갖다 주라고 다이어리 한 권을 꺼내주었다. 혁재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라고 말하며 이유 없이 미안해했다. “그래, 빨리 가던 길 가라” 나도 머쓱하게 웃었다. 많이 아쉬웠지만 태연한 척하며 혁재와 헤어졌다.
하루 종일 비는 내렸고, 비 때문에 습관처럼 집을 나섰고 약속처럼 갈매기를 찾았으며 혼술을 마셨다. 예상처럼 익숙한 얼굴 몇몇을 만났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이우재 선배가 그의 추종자 두 명과 함께 나타났다. 술집을 나섰을 때 비는 이슬처럼 내렸다. 오래 거리를 걸었다면 천천히 내 옷과 내 마음 속으로 침착했을 것이다. 나는 우산을 쓰지 않고 집까지 왔다. 현관을 들어서며 가방을 내려놓자 거실 바닥 위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막 방으로 들어가셨는지 엄마의 방에서 기도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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