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본문
“비 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운동 마치고 돌아오면서 문득 대학시절 듣던 ‘다섯 손가락’의 노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 생각났다. 비가 오고 있었고 수요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5년 전, 겨울비 내리는 날이었고, 방학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학회 회원이었던 나는 시합평회 때문에 학교를 찾았던 것인데, 두 시간 남짓 합평회를 마친 회원들은 늘 그래왔듯이 해가 많이 남아 있던 오후였지만 대낮부터 단골술집 ‘다리네’로 몰려가 술을 마셨다. 그 자리에서 평소 록음악 마니아였던 불문과 배 모 선배가 늘 부르던 애창곡인 ‘들국화’의 ‘행진’ 대신 이 노래(‘수요일엔 빨간 장미를’)를 불렀다. 그 날은 수요일은 아니었지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선배의 열창을 듣는 순간, 약간의 취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다섯 손가락’의 팬이 되었다. 이후 한동안 술만 마시면 몇몇 동료가 불러대는 ‘들국화’의 ‘행진’이나 ‘다섯 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기차’ 등을 들어야만 했다. 문학회 회원들은 자신의 십팔번을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었지만 이 노래들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떼창을 하곤 했다.
그런데 벌써 35년이라니……. 이 노래를 만난지 이렇듯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비 오는 수요일’을 맞아 ‘빨간 장미’를 전해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돌아보면 나도 참 무미건조(無味乾燥)하게 살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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