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시집을 구입하다 본문
실로 오랜만에 시집을 구입했다. 얼마 전 인터넷서점 알라딘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고영범 선배의 『레이먼드 카버』를 구입하러 들어갔다가 우연찮게, 정말로 우연찮게 최근 젊은 시인들에게 많이 읽힌다는 시집 여덟 권을 구입한 것이다. 일단 황인찬의 시집을 읽어봤는데, 글쎄, 왜 이 시집에 젊은 시인들과 그들의 유력한 파트너들인 젊은 평론가들이 열광했는지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출간 일자를 확인해 보니 나온 지 벌써 8년이 넘은 시집이었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단에서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미래파 대첩’이 마감되는 시점쯤에서 전투의 피로감에 영혼이 탈탈 털리기 일보직전인 시인들에게는 뭔가 그들과는 다른 상상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끈적끈적하지도 않고(감정의 과잉이라고 공격당한 전통적인 서정시류) 그렇다고 저 고색창연한 시운동 동인 선배들처럼 암호 같은 시도 아닌, 일정하게 미래파의 선전(善戰)을 다독여주면서도 전통의 서정시와도 유화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시 말이다. 적어도 후자는 김춘수라는 명민한 조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확실히 시는 취향의 문제다. 기실 이것은 세계관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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