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동정 구매' 탈출의 슬픈 이력 본문
오늘도 제법 많은 장을 봤다. 채소와 과일, 고기 등속의 식자재들 가격이 많이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이 오이고추였는데, 한 봉지가 3천 원이었다. 얼마 전에 비해 천 원 가까이 올랐다. 그래도 최근에는 매번 마트에서만 장을 본다. 배달도 해주고 포인트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마트 입구의 즐비한 가판대 위에 놓여 있던, 할머니들이 손수 재배한 채소를 구입한 적이 많았다. 사실 그분들의 채소가 마트의 그것보다 더 비싼 경우가 잦았지만, 추레한 외모에서 비롯되는 연민 때문에,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사람이다 보니 가격과는 무관하게 자주 그분들의 채소를 구입하곤 했는데, 요즘은 ‘동정구매’를 삼가기로 했다. 내 코가 석 자기 때문이다. 경기가 인심을 박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언명인 것 같다. 아무튼 나는 ‘그분들은 대부분 수천 평의 경작지를 소유한 땅 부자들이라서 나보다 형편이 나을 거야’라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그 앞을 지나치고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부박하고 냉정한 세태 속에서 내 시(詩)도 혹 할머니 가판대 위의 채소 같은 대우를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저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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