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쯧쯧, 소수자를 외면하는 한국 기독교의 독신 행위라니.... 본문
어머니와 함께 교회를 다녀왔다. 마침 오늘부터 전도주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전도단 발대식을 했는데, 기수단이 나서고 구호를 외치고 폭죽을 터뜨리고 하는 모습이 흡사 출전하는 병사들의 결단식 같았다. 자못 비장함을 유발하려 노력을 했지만 나는 그 모든 것들이 다소 코믹하게 느껴졌다. 믿음이 부족한 탓일까.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예배 말미 광고 시간이 되자 담임목사는 이 달 말에 있을 부평 퀴어축제를 사탄과 이교도들의 광란의 몸짓이라고 규정하며 반대시위에 참석할 것을 신의 이름으로 강권했다. 섬뜩했다. 소수자들에 대한 교회의 마타도어는 매우 조직적이었다. 물론 그것이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목사는 또한 왜곡된 정보로 도배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동영상을 신도들에게 틀어주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현실에서 훼손하는 대표적인 세력이 한국개신교집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씁쓸하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에게 작은 기쁨을 드리고 싶고 나 또한 고즈넉이 한 주간의 내 삶을 돌아보고 싶어서 교회에 나가고는 있지만 요즘들어 매번 갈 때마다 앉아있기가 정말 곤혹스럽다. 하나님은 혹시 이러한 정신적 고문을 통해서 나를 강하게 연단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림을 잘못 그리고 계신 것은 아닐는지. 나 같은 하찮은 시인을 연단하려고 하지 마시고 신의 뜻을 왜곡하여 결과적으로 독신(瀆神)을 하고 있는 저 허다한 ‘독사의 무리들’을 응징하는 것이 나를 당신의 품에 들게 하는 유력한 방법임을 전지전능하신 분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오, 주여! 이제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 주실 때가 된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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