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오 나의 클라이언트! 본문
다인아트에서 조 부시장을 만나 자서전 관련 세부 계획을 브리핑했다. 대체로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나이에 비해 매우 동안인 그에게서 성공한 60대의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9급에서 시작해 1급 공무원인 부시장까지 역임했으니 스스로 입지전적 인물이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43년의 공직 생활을 그처럼 무탈하게 보낼 수 있으려면 기회를 포착하는 기민함과 아울러 복지부동의 처신도 있었을 거라고 예상되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그의 모습은 무척 솔직하고 소탈했다. 그의 전사와는 무관하게 어쨌든 그는 호구지책으로 맡은 일의 내 클라이언트 아닌가. 그래서 다행이다. 파렴치한 느낌을 주는 인물의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내 성정 상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마치고 근처 ‘신포 옛골’에 들러 술을 함께 마셨다. 예상했던 대로 많은 지인들을 그곳에서 만났다.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단골집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곳을 나와 3차로 주점 ‘민’에 들렀다. 역시 그곳에도 지인들 천지. 선착해 있던 사진작가 김 모 선배가 두 장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는 나에게 철거가 진행된 ‘옐로우 하우스’에 가서 술 한 잔 더하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거절했다. 정확하게 어떤 형태의 술자리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담배 피우러 나온 나를 따라서 밖으로 나온 그는 두어 장의 사진을 더 찍어주었다. 그 사진을 전해 받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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