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내 고독의 리아스식 해안 본문
자기만의 해안선을 가진 사람이 있다 자기만의 고독이다 해안선이 챙겨두었던 고독과 고독을 대신하는 리아스식 해안이 뒤엉켰다 잎이 넓은 후박나무 서랍에서 뒹굴던 고독이다 해안의 오래된 비석을 읽을 때 더듬더듬 끊어지면서도 따라가는 건 돌과 글의 고독을 닮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을 따라 해안선을 걷다가 알기 힘든 옛 글자가 나올 때쯤, 긍휼(矜恤)이 있고 빈집이 있다 납작한 지붕이 있다면 고독이 딱딱해진 글자를 삼킨 것이다 먼바다에서 금방 떠내려온 섬이 그 집 앞에 있다―송재학 ‘해안선’
나에게도 깊이 침강했다 불현 듯 솟구치는 고독의 리아스식 해안이 있었다. 그 복잡한 해안의 이 굽이 저 굽이로 숨어들며 홀로 숨죽이며 울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고독이 뭔 줄도 모르면서 고독했다. 그때의 눈물은 아마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흘렸던 눈물이었을 것이다. 눈물이 일상이 되어 진부해진 후 나는 눈물을 아끼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 고독이란 점잖은 단어에 대해 전혀 기죽지 않게 되었을 때 깊은 고독이 비로소 찾아왔다. 해안의 굽이로부터 벗어나 바라본 해안선의 모들은 내 뒤꿈치처럼 닳아 있거나 굳은살이 배인 채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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