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주점 갈매기의 월요 풍정 본문
월요일, 정해진 약속 혹은 일과를 처리하듯 갈매기에 들렀다. 오늘은 단체 손님 세 팀이 동시에 들어와 북새통을 이뤘는데, 우연찮게도 모두 내가 아는 지인들의 모임이었다. 나는 그 단체들의 멤버가 아니었으므로 그들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혼자서 술을 마셨다. 두 팀이 갈 때가지도 혼자였으나 방안에서 술 마시던 세 번째 팀의 모임이 끝나고 그곳에 있던 박 선배가 동료들을 먼저 보내고 내 자리에 앉았다. 두 시간 반 만에 마주앉은 사람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적당히 취했고 시간도 늦었으므로 일어나려 했는데 귀가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소주만 마시는 선배의 음주 취향 때문에 막걸리를 마시던 나도 소주로 주종을 바꿨다. 한라산 소주는 도수가 높지만 맛이 담백하고 목 넘김이 좋은 술이라서 그야말로 술줄 잘도 들어갔다. 그렇게 두어 병을 마시고 일어나려 할 때쯤 새벽까지 술 마시고 하루 종일 잠을 자다 일어난 혁재가 우쿨렐레를 어깨에 걸고 집시처럼 들어왔다. 반가움 때문인지 취기 때문인지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옆에 앉기까지의 혁재의 모습이 영화 속 슬로우비디오처럼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도 느린 동작으로 술잔을 들어 혁재에게 권했다. 박 선배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귀가를 했다. 먼지는 많았고, 날은 더웠으며 뉴스는 더욱 사람들을 짜증나게 한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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