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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한파와 함께 그들이 찾아왔다 본문

일상

한파와 함께 그들이 찾아왔다

달빛사랑 2019. 1. 15. 23:00

갑작스런 한파가 몰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집 근처까지 나를 찾아왔다. 후배 장과 임, 이 두 친구는 초등학교 동창이며 서로가 서로를 마음의 벗(특히 장이 그렇게 표현한다)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주로 김이 술과 밥을 사고 장이 입 보시(普施)를 통해 분위기를 살찌우는 편이다. 확실히 장은 잡지식이 많아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곤 한다. 다만 과시욕과 허장성세가 만만찮지만 그렇다고 딱히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연대 후배인 이 모처럼 예민한 친구들이 간혹 장의 행동에 대해 냉소를 보내거나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과시에 대한 욕망이 있는 법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무튼 나에게는 무척 깍듯하고 때가 되면 연락해 안부를 물어주는 고마운 후배들인데 희한하게 이 두 친구 모두가 늙은 총각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특히 임의 경우는 이성에 대한 욕망이 무척이나 크다.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다가 도가 지나쳐 나에게 지청구를 여러 번 먹기도 했다. 장 역시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이 높아서 그렇지 여성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바람은 이들이 이제라도 좋은 배필을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인데, 생각해 보니 이혼을 경험한 내가 할 말은 아닌 듯싶다. 어쨌든 이 천덕꾸러기 두 후배가 집 근처까지 찾아와 나를 불러냈으니 어찌 나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오랜만에 만나서 소주를 각각 2병씩 마셨다. 물론 오늘 술값도 임이 해결했다. 내가 내려 했으나 오늘은 대접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며 만류하는 임 때문에 못 이기는 척 그만두었다. 그리고 헤어질 때 임은 제과점에 들어가 장과 나에게 빵을 한 봉지씩 사서 쥐어줬다. 어느 선배가 그러는 걸 봤는데 무척 멋있어 보였다며…… , .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는 거냐고요. 나도 선배인데, 나는 그저 술 얻어먹고 빵 얻어먹고 신세만 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내가 술 한 잔 사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의례적인 말은 아니고 꼭 그러고 싶다. 다행히 임에게 이번에 2쇄를 찍은 시집을 줄 수 있었다. 거리는 지금 꽁꽁 얼어붙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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