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실업급여를 신청하다 본문
사무실을 정리하고 4월부터는 실업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고정 수입이 없어진 것이지요. 주변에서는 오십 중반에 무슨 배짱으로 덜컥 하던 일을 정리하느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지인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위험부담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하고 싶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별로 큰 돈 들어갈 일이 없는 소박한 나의 생활 규모 또한 생계의 두려움을 물리치고 결심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한 요인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솔직히 두려움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날들에 대한 기대가 훨씬 높은 게 사실입니다. 당분간은 건강을 챙기면서 차분하게 글을 쓰고 그 동안 부족했던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생각입니다.
오늘은 고용노동청에 들러 실업급여 신청을 하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신청자가 어찌나 많은지 신청서 접수와 면담을 하기 위해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지요. 그리고 두 시간 남짓한 교육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정부 차원에서 실업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높이만 낮춘다면 일자리가 없어 일을 못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무직자들이 신청만 하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원비까지 나라에서 지급해 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도 프로그램들을 찬찬히 살펴본 후 바리스타나 조리사자격증에 도전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꼭 해당 직종으로 취업을 하게 되지 않더라도 자격증 하나쯤 따놓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학원비는 200만 원까지 지급해 준다는군요.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이 없어야 한다기에 작가회의 회장 당시에 제 이름으로 설립했던 출판사 등록을 해지했습니다. 그것을 확인, 처리하기 위해 남인천 세무서를 거쳐 남동구청 문화예술과까지 갔다 와야 했지요. 정말 분주하게 보낸 하루였습니다. 암튼 이제 나는 여섯 달 동안은 느긋하게 앞날을 준비해나갈 생각입니다. 좋은 말로 자유인 속된 말로 실업자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어쩜 이토록 두렵지 않을까요. 그 동안 너무 숨 가쁘게 달려왔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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