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김윤식 선배와 떠난 아련한 추억 여행(신포동 '이조복집'에서) 본문
인천일보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격주로 한 번 나가는 ‘픽미 픽味’라는 꼭지인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무척 재밌더군요. 인천의 문화예술가들을 섭외한 후 그들이 알고 있는 유명 맛집을 찾아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이지요. 섭외를 받고 나는 누구와 대화를 나눌까를 고민하다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배이자 인천의 대표 시인인 김윤식 선배를 추천했습니다.
김윤식 선배는 내가 문청시절부터 만나온 고마운 선배입니다. 처음 선배를 만난 곳은 카페 ‘시랑’이었는데, 그곳 주인인 채성병 선배는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었고 김윤식선배는 『현대문학』에서 1회 추천을 받고 있던 상태의 시인이었지요. 이후 두 분 선배를 통해서 알게 된 식 인천의 허다한 시인, 묵객들과 신포동 일대를 휘돌며 상상할 수 없는 양의 술을 마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당시 신포동에는 나름의 낭만이 존재하던 시절이었지요. 돈은 없었지만 우리가 술을 굶은 적도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뜻 있는 곳에 술이 있던 시절이었던 거지요. 이후 김윤식 선배는 신포동 백작으로 불리며 취중몽사의 삶을 살다가 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하고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도 역임했지요. 나 역시 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오랜만에 형을 신포동에서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하지만 우리의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형은 백발이 성성해져 있어서 세월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선배는 내가 자신을 대화상대로 추천했다는 말을 듣고 무척 고마웠다고 합니다. 임기를 마치고 지금은 야인의 삶을 살고 있는데 누군가 불러주며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잠깐 쓸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선배도 이제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그때 당시 같이 어울리던 선배 중에 상당수가 이제는 고인이 되어 있으니 형의 쓸쓸함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맛집은 김윤식 선배가 골랐습니다. 신포동에 있는 유명한 복어요리집인 ‘이조복집’. 인천의 유명 맛집을 두루 꿰고 있는 선배가 고른 집이라면 맛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집이겠지요. 사실 나는 복어 요리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인천에만 있는 ‘중탕’(하얀 지리와 붉은 매운탕의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된장을 살짝 풀어 맛을 낸다고 한다)을 먹었을 때 무척 담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양은 많았습니다. 우리가 시킨 음식은 껍질요리와 튀김, 그리고 중탕 이렇게 세 가지였습니다. 다소 많은 양이었지만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한 군데 맛집에서 세 가지 이상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시켰던 것이지요.
음식을 나누며 형과 오랜만에 과거 여행을 떠났는데, 그 시절을 생각하며 많이 웃고 많이 울컥했습니다. 앳된 20대 청년이었던 내가 이제 50대 중반을 넘어섰으니 형과 함께 보낸 시간도 40여 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셈이네요. 어쨌든 아련한 추억 여행을 하면서 맘도 고즈넉해지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준 인천일보 여승철 기자와 초대에 응해주신 김윤식 선배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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