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재즈(BOOMI’S JAZZ ODYSSEY) 공연 관람 본문
운동을 마치고 인천근대문학관에서 진행하는 한국문학포럼 ‘베스트셀러로 시대를 읽다’ 행사에 참가해서 강연 하나를 듣고, 다시 문화재단 대표이사와 함께 송도 트라이보울로 향했다. 5시부터 시작될 ‘BOOMI’S JAZZ ODYSSEY 팀의 재즈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지만 공연장 주변에 와인과 간단한 요깃거리가 마련되어 있어서 현장에서 만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공연에 앞서 와인을 제공하는 것은 내게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장에서 만난 무용가 혜경이와 연극배우이자 작가인 은선 씨, 그리고 내가 부른 혁재와 넷이서 관람했다. 공연시간은 약 80분.
BOOMI’S JAZZ ODYSSEY 팀은 꽤 실력 있는 밴드였다. 단장인 부미 씨는 이전에 백운에서 한 번 만나 막걸리를 같이 마신 적이 있었는데, 버클리 음대 유학파치고는 무척이나 소탈했다. 아마도 그날 2차까지 함께 하며 많은 술을 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리허설을 안 한 건지 아니면 음향감독 및 무대감독과의 사인이 맞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작부터 마이크가 나오질 않아 무대에 선 가수가 황당한 표정을 지어야 했고 공연 중간 중간에는 “우웅~” 하는 스피커 하울링 소리가 들려 관객들이 깜짝 놀라야 했던 일도 있었다. 공연과정에서 나타난 뮤지션과 스텝 간의 그러한 불협화음은 전문 재즈 팀의 공연 이력에 오점이 될 것이 틀림없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피드백 과정에서 그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할 것이다. 특히 탱고를 추며 노래를 부르던 객원 가수는 무대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까지 해서 관객들을 민망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끝나고 로비로 나오자 트라이보울 공연 실무 책임자인 세진이의 표정이 흑빛으로 변해 있었다. “리허설 하지 않았어?”라고 묻자 세진이는 “그렇잖아도 무대 팀이 늦게 도착해서 감독과 대판 싸웠어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늘의 잡음들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단 대표이사와 지역의 문화계 어른들이 객석에 앉아 있던 터라 세진이의 황망함은 더욱 컸을 것이다. 실력 있는 팀을 데려와서 이런 공연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는 회한이 아마도 한동안 그 친구를 괴롭힐 것은 분명한 일이다.
공연이 끝나고 혜경, 은선과 나는 혜경이네 집 근처 식당에 들러 식사 겸 소주를 마셨다. 공연과는 별개로 후배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후배들 역시 공연에 대한 아쉬움을 가감 없이 토로했는데, 특히 무용가인 혜경이의 실망은 무척 컸던 모양이다. 그녀는 거의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나는 그녀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셋이서 소주 5병을 나눠 마시고 돌아왔다. 생각보다 날은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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