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미안하고 고마워요. 본문
몇 가지 급박한 사안들을 친구의 도움으로 아슬아슬하게 처리하고, 안도인지 두려움인지 혹은 답답함 때문인지 모를 긴 한숨을 내쉬며 귀가한 후,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려고 어머님 방 문을 열자 어머님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신 채 절실한 모습으로 기도를 하고 계셨다. 그 기도의 주제는 분명 나와 관련된 것일 게 분명하고, 기도하는 순간 어머니의 머릿속에 그려질 내 모습 또한 안타까운 모습일 게 뻔하다. 어쩌면 그나마 내가 이렇듯 버티고 살아가는 건 애오라지 어머니의 기도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이 든 어머니에게 마음의 평화와 기쁨은 주지 못할망정 애시린 기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불효란 말인가 하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머릿속이 아뜩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나는 어머니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마음깊이 걱정하고 절실한 기도를 드린 적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핑계로, 나는 정말 이기적인 모습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기도를 하더라도 나 자신을 위한 기도만 했을 뿐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을 위한 기도는 하지 않았다. 세수를 하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노라니까 죄송스러움과 부끄러움과 설명할 수 없는 서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엄마, 미안하고, 고마워요. 앞으로 내 기도 속에도 늘 어머님이 계실 거예요.’ 이것을 나이 오십이 넘어 새삼 깨닫게 되다니, 정말이지 치욕스런 불민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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