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비... 내리는 거리를 걷다.. 본문
비가 내렸다. 참 예쁘게..예쁘게 비가 내렸다.
소곤소곤 사물과 빗물이 몸과 몸을 맞대며 정겹게 나누는 대화를 듣는 기분...
뭐라 말할 수 없는 푸근함.....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일부러 차를 놓아두고 출근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고 싶었다.
우산에 부딪치는 빗물의 리듬을 느끼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THE onE 0.5' 담배를 두 갑 산 후,
담배 한 개피를 피우며 버스를 기다렸다.
메고 있는 노트북 가방 위로 빗물이 줄줄줄 흘러내렸다.
'너무 작은 우산을 들고 나왔구나'...잠깐 생각했다.
적당히 젖은 보도와 내 신발이 만들어 내는 마찰의 감각이 좋았다.
우산도 없이, 와이셔츠를 바지 밖으로 내논 채
종종걸음으로 걷는 몇몇의 학생들.... 그들이 흘린 웃음이
빗물에 흘러 내 발앞을 지나며 마음의 현을 건드렸다. 싱그러웠다.
'오늘은 수업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잠깐.....했다.
'그래, 오늘은 모든 걸 용서하자...
보고싶지 않은 사람과, 만나고 싶은 친구와의 구별을 말기로 하자....'
갑자기 넉넉해진 나의 내면에 깜짝 놀라서 웃음이 나왔다.
김 서린 차창 밖으로 보이던 비에 잠긴... 정겨운 도시 풍경...
오늘 나는... 내가 참 대견스러웠다. [달빛, 그리고 사랑]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께 바칩니다. (0) | 2009.05.15 |
---|---|
부활, '사랑' (0) | 2009.05.14 |
심술궂은 바람 (0) | 2009.05.09 |
여름은 늘 쓸쓸한 기억과 함께 찾아온다... (0) | 2009.05.07 |
5월에 띄우는 편지 - 다시 돌아온 '여름' 앞에서.... (0) | 2009.05.05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