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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비... 내리는 거리를 걷다.. 본문

일상

비... 내리는 거리를 걷다..

달빛사랑 2009. 5. 11. 23:14

 

 

비가 내렸다. 참 예쁘게..예쁘게 비가 내렸다.

소곤소곤 사물과 빗물이 몸과 몸을 맞대며 정겹게 나누는 대화를 듣는 기분...

뭐라 말할 수 없는 푸근함.....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일부러 차를 놓아두고 출근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고 싶었다. 

우산에 부딪치는 빗물의 리듬을 느끼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THE onE 0.5' 담배를 두 갑 산 후,

담배 한 개피를 피우며 버스를 기다렸다.

메고 있는 노트북 가방 위로 빗물이 줄줄줄 흘러내렸다.

'너무 작은 우산을 들고 나왔구나'...잠깐 생각했다.

적당히 젖은 보도와 내 신발이 만들어 내는 마찰의 감각이 좋았다.

우산도 없이, 와이셔츠를 바지 밖으로 내논 채

종종걸음으로 걷는 몇몇의 학생들.... 그들이 흘린 웃음이

빗물에 흘러 내 발앞을 지나며 마음의 현을 건드렸다. 싱그러웠다.

'오늘은 수업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잠깐.....했다.

'그래, 오늘은 모든 걸 용서하자...

보고싶지 않은 사람과, 만나고 싶은 친구와의 구별을 말기로 하자....'

갑자기 넉넉해진 나의 내면에 깜짝 놀라서 웃음이 나왔다.

김 서린 차창 밖으로 보이던 비에 잠긴... 정겨운 도시 풍경...

오늘 나는... 내가 참 대견스러웠다. [달빛,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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