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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어린이날 ❚ 석가탄신일 (5-5-월, 흐림) 본문

일상

어린이날 ❚ 석가탄신일 (5-5-월, 흐림)

달빛사랑 2025. 5. 5. 23:24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겹쳤다. 덕분에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나흘간의 연휴가 생겼다.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밀린 일하고 청소하고 낮잠 자기 딱 좋은 연휴다. 물론 지금과는 많이 다른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을 생각하며 회한에 젖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쓸쓸한 건 아니다. 내가 아버지에게 주었던 마음의 상처를 지금 아이에게 그대로 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맘이 편해진다.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도 없고, 불교 신자가 아니라서 오늘 같은 기념일에도 별다른 느낌은 없다. 다만 종교는 변질됐고 아이들은 되바라져 예절을 모르기 때문에 어쩌면 오늘 같은 기념일이 더욱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같은 기념일이 본분 잊은 종교계나 욕심 많은 아이나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일 년에 하루라도 제발 반성하라고 판을 깔아준 거니까.......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내가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나는 아이들의 교활함과 탐욕을 싫어할 뿐이다. 나는 '아이들은 한결같이 맑고 순수하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어른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겠지만, 예의 없고, 탐욕스럽고 어른 뺨치게 교활한 아이들을 나는 자주 보았다. 그럴 때마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荀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종교, 특히 불교의 타락은 말해 뭐 하겠는가. 스님이나 조폭이나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잖아. 아무쪼록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이는 천성대로 순진함을 되찾고, 불교계는 부처님이 이 사바에 내려오신 깊은 뜻을 잘 헤아려서 부디 중생에게 평안과 희망을 주는 종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은 절기상 입하, 말 그대로 여름으로 들어서는 날이지만,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봄기운이 남아있다. 말 같지 않은 말, 살기 띤 말들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나의 봄날이 아직 남아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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