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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연이틀 술 마시다 (10-16-수, 맑음) 본문

일상

연이틀 술 마시다 (10-16-수, 맑음)

달빛사랑 2024. 10. 16. 22:41

 

 

생각보다 심한 숙취는 아니었으나 이 술 저 술 섞어 마셔 그런지 새벽녘에 잠깐 속이 메슥거렸다. 보리차를 마셨더니 속이 편해졌다. 하지만 깼다가 다시 잠든 탓에 평소보다 늦게 10시쯤 일어났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성국의 문자가 2통이나 와 있었다. 성정이 참 고운 친구라는 걸 새삼 느꼈다.

 

해장으로 간단하게 냉라면을 만들어 먹은 후, 청소하고 운동하고 시장 다녀오려고 할 때, 혁재가 전화했다. 12시 전이었다. “형, 아직 점심 전이지요? 로미가 형하고 전가복(중국집)에서 점심 먹자고 하는데요?” 했다가 이내 “아참, 오늘 수요일이지요? 전가복 쉬는 날 아닌가요, 맞죠?” 하고 다시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그 동네에서 메밀 드실래요?” 해서 “알았어. 뭘 먹든지 일단 우리 동네로 와서 전화해” 하고 통화를 마쳤다. 새벽까지 술 마시고 근처 모텔에서 잠을 잔 후 나에게 전화했을 것이다. 전날 술 마시고 헤어졌다 이튿날 다시 만나 함께 해장한 적이 전에도 자주 있었다.

 

1시쯤, 점심을 먹기 위해 만수동 성당 앞에서 혁재와 로미를 만났다. 아침에도 면을 먹어 메밀 먹기가 부담스러웠다. 성당 맞은편 맛집으로 유명한 ‘진(眞) 신포동 순댓국집’이 있었으나 (나는 내심 순댓국을 먹고 싶었다) 혁재가 순댓국을 싫어해서, 우리 집 근처 해장국집까지 걸어와 동태 해장국(로미는 알탕)을 먹었다. 밥 먹을 때 혁재는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꺼내왔고, 그게 또 낮술의 마중물이 되었다. 해장국집을 나와 2차로 간 곳은 지난번 은준이 찾아왔을 때 들렀던 횟집, 로미 역시 이 집의 가성비와 분위기가 좋다며 매우 만족해했다. 횟집에서 혁재와 복분자, 소주를 합쳐 5병을 마셨다. (막걸리를 팔지 않아 혁재는 복분자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나와 함께 소주를 마셨다) 로미도 맥주를 4병이나 마셨다.

 

6시쯤 횟집을 나와 (성식이가 혁재에게 카페에 들러 일 좀 도와달라고 요청) 3차로 다시 카페 ‘산’에 들렀다. 우리가 도착하자 성식이는 증류 소주 ‘화요’를 꺼내주며 “이거 형이 어제 마시던 술이에요” 하며 웃었다. 나도 웃었다. 연이틀 술에 전 모습을 서로가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겠지. 8시쯤 되자 취기는 없었으나 체력적으로 힘이 들고 졸리기도 했다. 종일 먹었는데도 배가 고팠다. 혁재와 로미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한 후 카페를 나왔다. 술도 깰 겸 집까지 걸어왔다. 땀을 흠뻑 흘렸더니 술도 좀 깼다. 슈퍼에 들러 아이스크림 한 통 샀다. 집까지 걸어오는 내내 ‘이건 아닌데......’ 하고 생각했다. 60대에게 연이틀 과음은 무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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