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숙취로 고생한 날 (10-17-목, 흐림) 본문
술 마신 어제는 오히려 괜찮았는데 정작 오늘 숙취가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술로 인한 직접적인 숙취라기보다는 아마도 체력 소진과 생활 루틴 파괴로 인해 신체 리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이틀 동안 15시간 이상을 술 마시면 몸이 견디질 못할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아무튼 종일 누워서 영화를 보거나 잠만 잤다. 그래도 식욕은 떨어지질 않아 (평소에는 아침을 먹지 않지만) 아침까지 포함해 세끼를 다 먹었다.
술 마신 다음날은 대개 해장을 위해 냉(라)면을 먹거나 곰탕 국물에(팩으로 된 곰탕 국물이나 냉면 육수는 떨어지지 않게 사놓는 편이다) 달걀을 풀어 먹곤 한다. 오늘은 채소를 듬뿍 넣은 라면을 아침에 먹었고, 점심에는 잔치 국수를 만들어 먹었으며 저녁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여 밥을 먹었다. 이렇게 먹은 다음 날에는 얼굴이 퉁퉁 붓는다. 체중도 1~2kg 증가한다. 물론 평소의 루틴대로 사나흘 생활하면 원래의 몸피로 돌아가긴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살찐 거처럼 투실투실해 보인다. 그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건 아니야, 정말 이건 아니라니까’ 하며 자책하곤 하지만,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각과 행동이 다시 앞선 일을(과음과 폭식) 반복한다.
누군가는 “아직 건강해서 그런 거예요”라고 말하지만, 글쎄, 정말 그럴까? 아무튼 꾸준한 운동 때문인지 다행히 지금까지는 체력이 달리는 일을 경험한 적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게 자만할 일은 아니다. 자만할 만큼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꼭 체력 때문이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연이은 폭음과 설탕의 섭취는 줄여야 하겠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덕분에(?) 오늘은 괜찮은 영화 두 편을(‘에이리언 :로물루스’와 ‘와일드 로봇’) 감상했다.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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