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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연일 폭염(暴炎)이다. 휴대전화로 전달되는 폭염주의보 안전 문자가 연일 도착하고 있다. 더위로 목숨을 잃은 사망 사고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체로 시골에서 밭일하던 노인들이 일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덜 더운 아침부터 밭에 나와 일하던 시골 노인들이 시간이 지나며 가파르게 상승한 기온을 감당하지 못해 탈수, 탈진해서 의식을 잃었다가 결국 사망한 것이다. 한낮의 습한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한증막을 방불케 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생사(生死)는 정말 한길 가는 친구인 게 맞는 모양이다. 옛 어른들의 말처럼 대문 밖이 저승이다. 죽음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점심에는 사무실 식구들과 오랜만에 양평해장국을 먹었다. 오늘따라 내 해장국에는 선지가 유난히 많았다. 흡사 선짓국에 양(소..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한여름 날씨였지만, 그래도 휴일은 여유롭다. 미안할 정도로 하루를 함부로 쓰고 있는 요즘이지만, 휴일에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늘어져 있어도 별로 죄스럽지 않다. 지키고 싶은 것은 시나브로 나를 떠나고, 갖고 싶은 건 한결같이 손에서 멀지만, 나에게도 일요일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그 공평함이 고맙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나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도 편견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나는 고맙다. 내가 울 때 함께 울어주지 않더라도, 그저 내가 우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봐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고마울 때가 있다. 혼자 울고 싶을 때, 나만의 슬픔에 온전히 빠져있고 싶을 때가 나에게는 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슬픔, 그 슬픔의 내밀한 속살을 들키고 싶지 않아 혼자 울고 싶을 ..

스포티파이와 멜론을 비교하면 두 개 모두 일장일단이 있단 말이지. 현재 스포티파이는 무료로, 멜론은 유료로 이용 중이다. UI는 멜론이 훨씬 직관적이라 이용하기 편한데, 이게 정말 그런 건지, 아니면 오래 (얼추 10년 이상) 사용하다 보니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스포티파이보다는 멜론이 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기 연동성은 멜론이 스포티파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스포티파이는 휴대전화, 노트북, 태블릿, 네트워크 오디오 중 무엇을 사용하더라도 나머지 기기들에 그 이용 정보가 뜨기 때문에 기기를 넘나들며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다 태블릿을 켜면 휴대전화에서 듣던 음악 정보가 태블릿에도 실시간으로 뜨기 때문에 그대로 이어서 (재생 기기를 바꿔가며)..

금요일은 참 묘해. 주말도 아닌데 마치 주말 같은 느낌이 든다니까. 그래서일까 금요일 아침에는 마음이 무척 느긋해져. 젊은이들은 금요일 앞에 ‘불타는’이라는 수식어(관형어)를 붙이곤 하지. 금요일 밤에 화끈하게 놀고 주말 이틀 동안 푹 쉬자는 말인 듯해. 주 5일 근무가 시작된 후 만들어진 풍경이지. 반면 일요일 오후가 되면 그때부터 이미 이튿날 출근과 기다리는 일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온몸을 감싸오기 시작하지. 아무튼 토요일은 주말의 설렘을 금요일에게 빼앗긴 꼴이 된 거야.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금요일 아침에는 발걸음이 가볍지. 그런데 희한한 건 집에서 이미 쉬고 있는 나조차도 금요일이면 괜스레 기분이 설렌다니까. 마치 한 주가 다 간 거 같고, 뭔가 넉넉한 여유와 나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은준이 우리 동네에 왔다. 오랜만에 ‘충청도집’ 주꾸미볶음을 먹었다. 근처 사는 장 화백도 불러 함께했다. 소주 6병을 셋이 나눠 마시고 1차를 정리한 후, 장 화백 화실 근처 ‘역전 할머니 맥주’에서 생맥주로 2차를 했다. 맥줏집에서 나와 장 화백은 취했다며 먼저 돌아가고 나와 은준은 ‘한신우동’에 들러 각각 콩국수와 우동을 먹었다. 콩국수 맛은 내가 아는 콩국수 전문점에서 파는 국수 맛과 겨룰 만했다. 뜻밖의 발견이었다. 여름 한철 메뉴라고 하는데 당분간 이곳에 들르면 콩국수를 먹을 생각이다. 식당을 나와 늘 그랬던 것처럼 은준은 우리 집에 들르겠다고 했고, 또 늘 그랬던 것처럼 그는 집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2통을 사서 내게 주었으며, 집에 와서도 늘 그랬던 것처럼 모차르트와 베토벤 음악 서너 ..

서재에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오고 나서 생활 방식, 이를테면 휴식 시간을 이용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 같으면 유튜브를 보거나 낮잠을 잤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확실히 뭔가 일상이 풍요로워진 것 같긴 한데, 부작용은 있다. 자꾸만 앰프나 스피커를 비롯한 각종 오디오 장비를 검색하며 구매 욕망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그들은 하나 같이 ‘올 게 왔군’ 하는 표정이었다. 큰 매형은 초기 오디오에 입문할 때 무려 3천만 원 상당의 시스템을 들여놔서 가족들을 기함하게 했다. 그 흔적의 일부가 나에게 온 앰프와 스피커들인데, 아무튼 이후에도 매형은 오디오 잡지를 구독하고, 동호회에 나가며 오디오 관련 정보를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는데, 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