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후배와 술 마시다 (3-22-금, 흐리고 가랑비) 본문
금요일은 다른 요일과 느낌이 다르다. 이틀간의 휴일을 앞둔 금요일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불타는 금요일’이란 표현은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금요일은 감성적인 사람들의 영혼이 마구 흔들리는 날이다. 만약 비가 온다면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날이다.
오후 3시쯤 하늘이 낮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예보에 의하면 저녁쯤에는 이곳에 비가 닿을 것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밀려드는 졸음을 떨쳐내며 러닝머신 위에서 페달을 돌리고 있을 때 후배 상훈이가 술 사달라 전화했다.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6시쯤 만수역에서 만나 집 근처 주물럭집으로 이동해 소주를 마셨다. ‘돼지랑 찌개랑’은 집 근처라서 그 앞을 매번 오고 갔지만, 들어가 술 마신 건 오늘이 처음이다. 볼 때마다 손님들이 만원이었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고추장찌개와 돼지주물럭 중 무엇을 시킬지를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인 돼지주물럭을 주문했다. 1인분에 15,000원이었는데,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국내산 삼겹살의 비싼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찌개에 들어간 고기의 양이 너무 적었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식당인데, 왜 이곳이 젊은이들에게 ‘핫플레이스’가 된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Not bad’ 정도지 ‘원더풀’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일하는 분들의 서비스도 좋았다. 그게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한 건가?
오늘도 2차는 집 근처에서 술 마실 때의 루틴을 따랐다. ‘인쌩맥주’에 들러 맥주를 마셨다. 비 내리는 날, 홀아비 두 명이 마주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는 그림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상훈이가 도모하는 모종의 일이 휴지처럼 잘 풀리길 바랄 뿐이었다.
아, 그리고 오늘, 상훈과 술 마시다가 현재 내가 다니는 치과 원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원장에 의하면 기공소 소장과 의논해서 내 임시 치아를 다시 제작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고마운 일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환자의 만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원장의 신념 때문일 것이다. 그 신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신념의 결과물이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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