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치과진료 ❙ 참 좋은 봄날의 햇살 (3-21-목, 맑음) 본문
오전 예약 시간에 맞춰 치과에 들렀으나 만나기로 한 기공소 소장이 약속을 어겨 어쩔 수 없이 사무실로 돌아왔다가 오후에 다시 치과에 들러야 했다. 다른 날로 예약을 잡거나, 돌아갔다가 오후에 다시 나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전하며 위생사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사실 오늘 예약도 치과 측의 요구로 일주일 연기했던 터라서 솔직히 짜증 났다. 하지만 위생사 잘못도 아닌데 그녀에게 짜증 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약간 뾰로통해진 목소리로 "할 수 없지요, 뭐. 점심 먹고 오후에 올게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는 "감사합니다. 점심 식사하시고 2시 30에 오시면 다른 예약 환자들보다 무조건 문계봉 님부터 진료해 드릴게요." 했다. 물론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시 25분쯤 치과에 도착했지만, 한참을 기다려서야 내 차례가 돌아왔고, 4시가 넘어서야 내 진료가 끝이 났다.
무엇보다 오늘 기공소장이 직접 만들어 왔다는 임시치아를 착용해 봤는데,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임플란트 위에 올리는 지지대의 형식이 이전 방식과 달라져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 일단 발음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고, 착용감도 너무 불편했다. 용 원장은 새로 만든 의치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지만, 나는 하루이틀 의치를 껴 본 사람도 아니고, 불편함과 낯섦을 구별하지 못할 만큼 무딘 사람도 아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잘못 만들어졌다고 나는 확신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 치과에서는 환자가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불편 사항을 수정한다는 점이다. 원장도 진료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주의자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여전히 치과와 그녀에 대한 신뢰는 지니고 있다. 오늘도 내가 일관되게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자, 원장은 기공소에 연락해 불편 사항을 수정해서 다시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다만 임플란트 완성 시점은 또 그만큼 더뎌지겠지. 하지만 시간이 대수랴. 늦더라도 확실하게 완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다림은 나의 장점이자 힘이기도 하고. 아무튼 오전에 헛걸음했던 시간까지 따진다면 오늘 낮시간은 거의 치과에서 보낸 셈이다.
그래도 간만에 맑고 환한 봄햇살을 만났다. 아파트 곳곳에서 개화한 목련들이 눈에 띄었다. 아랫녘 어디선가 벌써 진달래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뉴스에서는 빨라진 벚꽃 개화 시기를 언급하며 이상 기후를 걱정했다. 예쁜 꽃들을 보면서 환경파괴로 인한 이상 기후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지만, 어쩌겠는가. 봄꽃을 즐기는 상춘의 마음보다 환경 파괴로 인한 인류 문명의 멸실이 훨씬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인 것을...... 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간만에 만나는 따사로운 햇살을 광합성 하는 식물들처럼 온몸으로 들인(入)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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