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당신의 품처럼 포근했던 하루 (3-24-일, 맑음) 본문
오전에는 반찬거리와 채소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가 너무 오른 채소값에 기함했다. 오이 3개에 3,900원이었다. 몇 번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오이는 사지 못하고, 대신 숙주와 콩나물, 상추와 치커리를 구매했다. 오이만 비싼 게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모든 채소 값이 그야말로 금값이었다. 가성비 좋은 채소 구매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사과 값도 그렇고 모든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대통령, 정부,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민생의 피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산다는 게 너무도 가련하게 느껴진다.
점심에는, 턴테이블과 스피커를 가져다준 큰 매형 차를 타고 만수3지구로 이동해서 누나들과 함께 우렁청국장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전형적인 집밥이었다. 반찬도 하나같이 입에 맞았다. 큰 매형의 고향 후배라는 식당 주인은, 외모상으로는 큰 매형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였지만, 인상은 무척 푸근해 보였다. 그는 반찬이 떨어질 때마다 알아서 계속 리필해주었다. 맥주와 소주를 시켜 반주로 마셨다. 밥값(52,000원)은 내가 계산했다.
외출할 때, 후드티만 입고 나갔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춥기는커녕 3지구에서 집까지 걸어올 때는 등에서 땀났다. 곳곳에서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고 보면, 봄은 조금씩, 수줍게 다가오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성큼, 큰 보폭으로 이곳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꽃샘의 심술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며칠 사이로 다시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꽃샘은 겨울의 마지막 자존심을 품고 있는 시간이다. 그러니 몹시 집요하고 미련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반갑게도 내일 비 소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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