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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강광 교수 추모제■후배 모친 빈소 방문 본문

일상

강광 교수 추모제■후배 모친 빈소 방문

달빛사랑 2022. 4. 7. 00:05

 

4월이 되면 많은 이들이 습관처럼 인용하는 시 구절이 있습니다. T.S 엘리엇의 <황무지> 중 한 구절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황무지>는 전체 5부, 총 400행이 넘는 장시에다가 내용도 무척 난해한 시입니다. 하지만 시어들이 환기하는 묘한 분위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앞서 소개한 시구(1부 앞부분)들을, 이 시의 본래 주제와는 별개로 자주 인용하곤 합니다. 특히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란 구절이 큰 울림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겪은 4월의 ‘잔인했던’ 경험과 슬픈 감정을 그 시구에 이입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4.3, 4.19, 4.16……. 4월은 정말 원치 않게 이곳을 떠난 이들이 많은 달입니다.

4월 들어 연일 부고를 받습니다. 인연의 농밀함이나 관계의 친소(親疏)를 떠나 이 아름다운 봄날, 하늘에 드는 분들과 영별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고 먹먹해지는 일입니다. 올 4월 역시 '잔인한 4월'이군요. 떠나는 분들의 영원한 안식과 유족의 슬픔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을 기억하는 모두의 위로가 부디 하늘과 지상에 두루 닿기를……


저녁에는 인천 의료원에서 진행된 강광 교수의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인이 참석해 강 교수의 영원한 안식을 빌어주었습니다. 생전 강 교수의 인품과 행적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제 큰 일이 있어야만 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추모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다인아트 윤미경 대표 모친 빈소로 향했습니다. 빈소에서 만난 미경이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첫날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겁니다. 조문객을 받느라 정신없다가  늦은 밤, 조문객이 모두 돌아가고 가족들마저 여기저기서 졸거나 잠이 들었을 때, 문득 영정 속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면 그때 비로소 어머니의 죽음을 현실로 느끼게 될 겁니다. 그리고 입관실에서 염습이 끝난 고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게 될 때 정말 많이 흔들릴 겁니다. 하관할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리고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치고 텅 빈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긴장이 풀어지며 겉잡을 수 없는 공허함과 쓸쓸함이 온 몸과 온 정신을 흔들어 놓을 겁니다. 이제 살아 있는 동안은 내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그리움 뒤의 쓸쓸함을 결코 지울 수 없는 화인처럼 지니고 살아가야 할 겁니다. 

 

그나저나 하루에 두 곳의 빈소를 방문하다니, 확실히 이맘때는 망자들의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게 틀림없습니다. 홀로 떠나기 두렵거나 쓸쓸한 망자들이 서로서로 연락해 함께 하늘에 드는...... 빈소를 방문한 곳이 두 곳일 뿐이지 한국작가회의와 아는 지인으로부터 받는 부고까지 합치면 어제 오늘 받는 부고는 총 4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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