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교육청 일기 : 삼계탕을 먹다 본문

일상

교육청 일기 : 삼계탕을 먹다

달빛사랑 2020. 9. 14. 07:24

 

보좌관들은 항상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한다. 난 사실 음식을 천천히 먹기 때문에 술자리가 아닌 경우 여럿이 몰려가 함께 식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늘 얻어먹는 것도 불편하다. 그래서 최근 순대국밥을 먹었을 때는 내가 밥값을 계산했다. 식사를 마치면 꼭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신다. 사무실에 들어오면 커피가 종류별로 다 있는데 굳이 사무실을 지척에 두고 왜 카페에 들러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가만히 보니 다른 부서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식사를 마친 직원들 손에는 하나같이 Takeout 커피잔이 들려있다. 목에는 직원 아이시카드를 걸고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건물로 들어가는 직원들은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성스러운 의례의 참례자들처럼 느껴진다.

 

오늘 보좌관들은 교육청 앞에 있는 삼계탕집에서 들깨 삼계탕을 먹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집답게 고기는 부드럽고 국물도 고소했다. 원래는 문전성시를 이루는 맛집이라는데, 오늘은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두어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삼계탕집을 나와 오늘도 예외 없이 카페 커피를 마셨다.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모든 카페가 만원이었다. 그래서 정문 앞에 있는 카페 미미(mimi)로 들어갔는데, 손님들의 말소리와 원두를 가는 소리가 어찌나 시끄럽던지 ‘이런 곳도 있을까’ 신기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점심 한때 그렇듯 소란스러울 것이다. 날이 좋았다가 흐렸다가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있다. 지금 시각 2시 40분.


보좌관실은 교육청의 사랑방과 같다. 각급 사업 단위들의 보고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창구이기도 하며 보좌관들이 담소를 나누는 휴게실이기도 하다. 사업 계획이나 결과를 보고하러 오는 주무관이나 장학사들을 보면 부서별로 구별되는 특징들이 있다. 교육국의 중등교육과 주무관들은 파견교사 출신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런지 조근조근 말한다. 정책국 노사협력과나 고용지원팀 주무관들은 목소리가 크고 괄괄하다. 물론 내가 본 특징은 해당 인물들의 성향일뿐 부서의 특징이라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방문했던 분들이 돌아가고 난 후 동료 보좌관에게 어느 부서였냐고 물으면 영락없이 내가 예상했던 부서의 주무관들이었다. 맡아 보는 업무가, 적어도 일을 할 때 만큼은 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틀림없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망의 시간을 견디며  (0) 2020.09.16
그때는 그랬지  (0) 2020.09.15
예술가의 근성ㅣ 연극 <삼거리 골목식당>을 보다  (0) 2020.09.13
불면으로 시작한 금요일(9.11)  (0) 2020.09.13
[목요일]청탁을 받다  (0) 2020.09.1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