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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목요일]청탁을 받다 본문

일상

[목요일]청탁을 받다

달빛사랑 2020. 9. 11. 01:14

 

오늘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했다. 특보의 근무 조건은 이래서 좋다. 교육감이 외부 일정이 많은 날은 집에서 할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준다. 월요일과 금요일만 아침 9시와 저녁 6시, 출퇴근 사실을 지문인식기로 확인시키면 된다. 나머지 요일들은 오늘처럼 비교적 자유롭다.


간만에 장을 봤다. 장이라고 해 봐야 매번 두부나 콩나물, 시금치나 호박, 풋고추, 달걀 등 간단한 반찬거리들이 대부분이지만 오늘은 큰맘 먹고 꽁치통조림과 백숙용 생닭을 샀다. 백숙은 원래 좋아하는 음식이라 닭 한 마리를 거의 혼자 다 먹는다. 그리고 조리는 또 얼마나 간단한가. 그냥 백숙용으로 나온 황기, 대추, 인삼 등이 담긴 국물 팩 하나와 마늘 넣고 푹 끓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다. 맛은 당연히 닭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싸구려 닭으로 끓일 맛은 고사하고 질겨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백숙용 닭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하림 생닭 중에서도 실망스러운 제품이 간간이 있는데, 그건 전적으로 운이다.


디즈니에서 만든 실사판 ‘뮬란’과 최근 넷플릭스에 시즌 2가 올라온 일본 애니메이션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시리즈를 모두 봤다. 애니메이션 ‘뮬란’은 영화평이 좋은 편이었는데, 실사판 ‘뮬란’은 다소 허전했다. 중국 역사 속 영웅 이야기를 미국 감독이 만들다 보니 그리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기술력으로 커버하려 해도 동서양의 정서 차이까지 영화적으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던전’ 시리즈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애니를 보면서 내내 ‘어떻게 저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거지’라며 감탄을 연발하게 만든다.


이번 주와 다음 주 두 개의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내일 심사는 시간이 좀 걸릴 거 같고 다음 주 수요일에 진행하는 심사는 금방 끝날 거 같다. 그리고 <실천문학>과 <열린 시학>에서 시 청탁을 받았다. 한국작가회의 시선집 원고도 10월 중순까지 보내야 한다. 갑자기 시 청탁이 몰려서 다소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내 시를 찾아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다행히 미발표작이 서너 편이 있어서 마감에 고생하진 않을 것 같다. 호구지책으로 문학 외의 글을 많이 쓰기도 하고 직장 생활도 하게 되어 문학과 멀어질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이렇게 간헐적이나마 시인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 아무튼 이번 가을도 이래저래 바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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