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닌데... 본문
다시 주일 예배를 축소하기로 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불과 2주 전만 하더라도 교회 설립 30주년 행사 및 새 성전 봉헌 예배를 치밀하게 준비해 오던 교회로서는 최근의 사태가 야속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특히 담임 목사님의 상심이야 오죽할까. 어쩌면 자신의 신앙을 하나님께서 시험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태원 클럽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2차 감염확산은 여러 모로 생각할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집단감염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자는 그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와 동선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단순히 개인적 판단의 안이함을 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회적 위해라고까지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애꿎은 감염자들이 양산되고 또 다시 추가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경우 그 피해는 애꿎은 시민들과 방역 당국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만에 하나 감염자 중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결코 청년 개인의 불행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할 때는 편법을 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공법으로 부딪쳐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연휴 기간에 클럽을 다녀온 것은 탓할 일만은 아니다. 물론 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그것도 거친 호흡을 근거리에서 나눌 수밖에 없는 클럽을 방문한 것은 지나치게 상황을 낙관한 처사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젊은이들을 강제로 집에 묶어둘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다만 해당 공간에서의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이후에는 스스로 검사를 받고 결과에 준하는 치료과정을 밟았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이 청년은 거짓말을 했고 그 결과 12명이 넘은 사람에게 감염을 시킨 슈퍼감염자가 돼버린 것이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이 청년을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고발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불도저로 막을 수밖에 없는 일로 만든 것이다. 행위는 밉지만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함으로써 앞으로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만만찮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 이상 이와 같은 황당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아직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서 매서운 눈으로 빈틈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 결코 방심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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