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5월의 노래 본문

이틀 후면 5.18 광주항쟁이 발발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40년, 기나긴 세월이다. 하나의 기억이 세월 속에 마모되어 희미해지기 충분한 세월이다. 80년생 아이가 중년의 문턱인 불혹의 나이가 되어 있을 세월이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좀처럼 잊히질 않고 오히려 세월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고 가슴속 상처는 덧나기를 거듭할 뿐 치유되지 않았다.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억울한 죽음에 대해 책임진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40년이 흐를 동안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다. 세월을 조롱하며 더욱 유족과 남은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기억이 있다. 봄을 빼앗긴 사람들의 핏빛 분노로 꽃을 피우는 계절, 5월의 기억은 그런 것이다.
5월의 꽃은 죽은 이들의 얼굴이다. 5월의 꽃에서는 향내가 난다. 자식을 잃은 사람, 부모를 잃은 사람, 형제를 잃고 배우자를 잃은 사람, 스승과 제자와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여전히 5월을 산다. 미안함과 분노와 회한과 슬픔과 복수심과…… 더러는 견딜 수 없는 억울함에 겨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기억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백주(白晝)에 벌어진 살육의 진실조차 수십 년이 지나도록 밝혀내지 못하는 나라의 정의란 무엇인가. 억울한 죽음들을 신원(伸冤)시켜주지 못하는 민주주의란 얼마나 공허한가. 다시 5월 ‘그날’의 기억 앞에 서며 노래를 듣는다. 사람은 사라져도 그 정신은 남고 기억은 희미해져도 노래는 남아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봄볕 내리는 날, 민주주의를 외치던 일군의 시민들이 만났던 야만의 시간에 대해, 그 야만의 시간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불사했던 많은 광주시민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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