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약속을 기다리며 본문
12시로 예정된 지인들과의 점심약속을 기다리면서 오래된 글들을 무심하게 읽는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나의 미문(美文)에 대한 집착은 연조가 무척 깊었다는 것을. 고민의 핵심을 진진하게 표백하기보다는 문장 하나하나의 윤색에 골몰하는 안쓰러운 집착, 웃음이 나온다.(10시 58분)
오늘 만난 후배 둘은 최근에 펼쳐지고 있는 미추홀문화원과 재단의 현실에 우울함을 드러냈고 지난 해 말, 다리를 접질린 선배 하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도대체 그 동안 한 것이 뭐냐며 분개했다. 재주는 곰이 넘고 이득은 엄한 이가 챙긴 게 아니냐며 흥분한 선배를 보며 뭔가 할 말이 있었으나 그냥 참았다. 요즘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신기할 정도로 잘 참는다. 마음이 넓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 주변의 일들에 흥미를 잃었거나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오랜만에 만난 모둠회와 우럭매운탕이 너무 맛있어 잠깐 ‘저 사람들은 음식을 앞에 두고 왜 이렇게 흥분들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확실히 존재는 의식을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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