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어머니가 드리는 기도의 힘 본문
실내가 건조해서 그런지 바튼 기침을 하다가 새벽에 잠이 깼다. 그래서 운동을 일찍 다녀왔다. 간단하게 장도 봤다. 점심에는 장 봐온 바지락을 넣고 무국을 끓여서 어머니와 먹었다. 요즘 들어 힘이 부치시는지 내가 차려드리지 않으면 어머니는 아침식사를 자주 거르신다. 그게 마음이 걸려 요즘에는 일찍 일어나 국이나 찌개를 만들어 놓고 다시 자거나 함께 식사를 하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시간은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야식을 줄이고 가급적 일찍 일어나 어머니와 아침식사를 함께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끝낼 때쯤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도착한다. 그때부터 세 시간, 어머니는 아주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말벗이 되어주는 것이 무척 고맙다. 아주머니는 마치 딸처럼 하하 호호 웃으며 어머니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주고 물어봐 주신다. 어머니 역시 과거 이야기부터 드라마 줄거리까지 시시콜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으신다. 방안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 두 사람의 웃음소리를 자주 듣게 되는데 그럴 때면 나도 마음이 덩달아 즐거워진다. 내가 외출하지 않는 날이면 세 끼를 어머니와 함께 하는데, 그런 날은 우리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다.
식사를 마치고 대개 어머니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나는 내 방에서 내 볼일을 보는데, 어머님이 주무시러 들어가기 전에는 내 방문을 닫지 않고 열어놓는다. 방문을 닫으면 어머니가 더욱 쓸쓸해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어머니는 매번 내 방문을 닫아주며 “텔레비전 소리 시끄러운데 문 닫고 일해라”라고 말씀하시지만 집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 아닐 경우 나는 절대로 문을 닫지 않는다. 11시, 기도하러 방으로 들어가셨을 때 비로소 방문을 닫는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꼬박 1시간 동안 나라와 가족, 교회를 위해 긴긴 기도를 하고나서야 비로소 주무신다. 그 기도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이렇듯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고, 그 기도 때문에 어머니도 비슷한 연세를 가진 노인들에 비해 맑은 정신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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