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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좀 더 창의적인 집회문화를 만들어가자 본문

현실

좀 더 창의적인 집회문화를 만들어가자

달빛사랑 2019. 10. 3. 11:47

다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타올랐던 박근혜 탄핵집회보다 훨씬 많은 군중이 모여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중이다. 그때와 양상이 다르다면 보수 우파세력들 역시 비슷한 규모의 집회를 경쟁하듯 열고 있다는 것인데, 표면적으로 보면 수백만의 군중이 양쪽으로 나뉘어 연일 치킨게임을 하듯 집회를 열고 있으니 대한민국은 현재 극단적인 국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겠다. 심정적으로는 적의 적은 우군이라는 생각에 조국 수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집회에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조국이 최선일까 하는 생각에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아마 나와 같은 심정을 가지고 관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 포럼 뒤풀이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그 이전의 집회나 투쟁은 다양한 층위의 활동가들이나 운동조직들이 조직적으로 결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요 며칠 진행된 집회들은 그 어떤 운동 진영의 간섭과 결합 없이 만들어진 집회라고 한다. 훈련된 활동가들이나 대규모 집회를 조직해 본 경험이 많은 단체들의 결합 없이도 이처럼 수백만의 군중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니, 한 편으로는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주체와 구심들이 이렇듯 수백만의 군중을 모은 것인지 궁금함을 금할 수 없다. 일단은 민주당, 그 중에서도 문파()’라고 불리는 열성 당원들이 힘을 보탰을 것이고, 다른 한 축은 평소 지적인 이미지에 영화배우처럼 준수한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숱한 팬심들일 텐데, 후자의 경우는 조국의 행적이나 정치적 입장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오로지 일편단심 민들레의 팬심을 보여주는 특성이 있다. 그 이외에 보수 우파와 자유한국당이 싫어서 나온 사람들, 또는 이건 뭐지하는 마음으로 구경나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열거한 그 어떤 경우든 이들 모두는 그 어떤 운동조직이나 활동가들의 지침 없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유한국당이나 보우 우파들처럼 참가비를 받고 조직적으로 동원된 군중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점을 나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집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활동가들만 그것을 몰랐을 뿐. 광장에 연단을 만들고 선동력이 있는 연사가 연단에 올라 비슷비슷한 목청으로 비슷비슷한 구호를 외치는 집회, 그러다 막히면 전투경찰과 대치하고 일부는 몸싸움을 벌이고, 결국 대오는 산개(散開)하여 흐르다 정리 집회도 하지 못한 채 술집으로 식당으로 들어가 버리는 집회, 그것이 매너리즘에 빠진 집회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단일 대오에 대한 강박을 버리지 못한 운동권 지도부의 집회 전술일 뿐이다. 현재의 양상은 그러한 방식으로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대규모의 군중이 모여드는 집회이고 따라서 새로운 전술과 집회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할 때다


군중이 단일 대오를 형성해 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집회의 주체나 구성도 다양화, 다원화 될 필요가 있다. 분노를 표출해야 할 때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때, 축제처럼 즐겁게 해야 할 때와 촘촘한 대오를 형성해야 할 때를 상황과 테제, 이슈에 따라 주체와 형식을 다양하게 조직하고 배치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똑같이 수백만을 불러 모은 보수 우파들의 집회와 변별되는,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집회를 만들 수 있다. 군중의 쪽수만으로 집회의 성과를 타산하고 승리를 주장하는 것은 구식이다. 쪽수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경우 강박증적인 집회 문화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돈 받고 동원된 오합지졸 같은 다수의 군중보다 집회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자신들이 현장의 주체가 되는 소수의 발랄한 군중들이 훨씬 이슈파이팅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번 주말에는 나도 서초동에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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