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반목과 불신을 조장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본문
지난 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으로 인해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바이러스 발생 초기 정부는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창궐 당시 학습된 경험과 이후 확보된 매뉴얼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방역체계를 가동하여 전 세계로부터 모범적인 대응 사례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추가 감염자 수가 늘어나지도 않았고 감염자의 동선과 대인(對人) 접촉 경로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여 선제적 대응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중순쯤 모 종교단체의 집회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자가 대거 양산된 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변곡점을 맞게 된다. 정부의 방역체계에 어처구니없는 균열이 생긴 것이다.
여타 감염자들과는 달리 해당 종교단체 감염자들의 경우는 다중이 모인 집회(예배)를 통해 집단적으로 감염이 이루어졌고 또한 비밀결사처럼 유지돼 온 단체의 예배 형식과 조직 관리 성격상 노출을 의도적으로 꺼리기 때문에 정확한 감염자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이 계속 의도적 묵비권을 행사하며 정부의 방역체계 안으로 인입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추가 감염자가 계속적으로 양산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때문에 정부와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종교탄압이라는 저항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 단체의 예배소에 대해 긴급 행정명령을 내려 강제 폐쇄를 단행하는 등 방역시스템을 풀로 가동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감염 ‘숙주’로 지목된 해당 종교단체의 교회가 위치한 대구는 그야말로 시민 모두가 극도의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전무후무한 비극적 상황을 마주하면서 의학적, 생물학적 두려움만큼이나 심각하게 주목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특정 정치세력과 종교인(특히 개신교 목사)들, 그리고 그들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하는 종편들이 앞장서서 조장, 유포하고 있는 반목과 불신, 혐오와 유언비어가 바이러스 감염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구사하는 생경한 워딩(wording)들을 접하다 보면 과연 그들이 한 나라 국민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정치세력들은 작금에 마주하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국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일부 정치세력들은 미진한 지지세의 역전을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한편,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며 지역과 지역, 계층과 계층 사이를 이간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모 총선예비후보는 바이러스 이름 앞에 대통령 이름을 붙인 피켓(‘문재인 폐렴’)까지 제작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고통 극복에 솔선수범하고 흩어진 민심을 수습해야 할 종교인과 정치인의 행태가 이 지경이니 대한민국 정치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고 종교인은 시민들로부터 힐난받기 일쑤인 것이다.
이렇듯 불신을 조장하고 현실의 고통을 가증하는 또 하나의 세력은 바로 각종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를 비롯한 SNS의 댓글 창을 욕설과 유언비어로 ‘도배하는’ 익명의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들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적이 더 무섭고, 모습을 숨길 수 있는 적은 더 잔인해 질 수 있는 법이다. 관심을 받기 위한 ‘관종’으로서의 일탈이든 혹은 특정한 의도를 가진 정체세력의 댓글부대든 익명성 뒤에 숨어, 고양이를 피해 다니는 생쥐처럼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여 온갖 거짓 정보를 양산하는 그들은 공공의 적이 아닐 수 없다. 특별한 의도 없이 재미로 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될 것이고, 실제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거짓 정보를 유포한 것이라면 그들은 정신적 테러를 일삼는 범죄자들이며, 사회의 기본적 시스템은 물론 구성원들 사이의 믿음을 붕괴시키는 파괴자들이다. 결국 해당 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은 이들로 인해 두 배의 고통을 감내해야할뿐더러 이후 그들에 의해 훼손된 시스템과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수고로움을 또 다시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마 바이러스가 잡히고 나서도 ‘그들’에 의해 조성된 다양한 층위들 사이의 반목과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치명적인 상처로 남아 시민사회의 바람직한 성장 동력을 한동안 갉아먹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금의 막말을 일삼는 일부 정치인들과 혹세무민에 혈안이 되어 있는 그릇된 종교인들은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사회악이 아닐 수 없다. 바이러스 구축(驅逐)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허다한 ‘못된 송아지’들 또한 아울러 구축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 시절, 이와 같이 영혼을 갉아먹는 낡은 정치 사회적 바이러스들을 그때그때 발본하지 못하고 연명케 함으로써 우리는 지금 너무도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루 빨리 바이러스 국면이 진정되기를 온 마음으로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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