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아, 송재학 본문

일상

아, 송재학

달빛사랑 2019. 8. 26. 02:11

장례식장 입구 골목에서 여자가 울고 있다 좁은 골목은 몇 번이나 차들이 뒤엉키면서 비린내를 반복했다 여자의 소복은 가로등에 부담이다 희부연한 가로등 불빛이 그 울음을 두 손으로 다 움켜쥐지도 못했다 울음이 점점 길어지자 가로등은 한숨 쉬며 불을 켰다 껐다 반복하면서 여자의 주위를 맴돈다 골목 그림자의 인중이 더 길어졌다 그 울음 곁에 굴건 쓴 사내가 다가갔다 그리고 금방 여자의 울음이 그쳤다 당신은 당신을 찾는 사람과 닮았다는 말이 얼핏 귓가에 맴돌았다 그 울음이 골목을 벗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당신의 울음이거나 당신이 내 울음이란 요철이 골목에 생겼다고 들었다 울고 있다전문

 

 

화잘실의 전등을 바꾸었다 변기가 앉으려 하고 사워기가 몸을 씻는다 수도꼭지가 구역질을 한다 근육질의 불빛이 허리를 굽히자 화장실이 부산해진다

 

하지만 변기 두쪽 또는 타일 모서리가 솟아나면서 곰팡이도 깍지 풀고 번들거리고 있다 얼룩의 반성이다 위층의 발소리가 천장에 프린트될 만큼 가깝다 배수구의 머리카락은 또 어디로 자랄 것인가

 

밝은 붉은 때문에 내 목이 가늘어지면서 어두운 내용이 앞을 다툰다. 흉터와 주름이 서로 밀치고 있다 거울은 분명 슬픔만 허락한 듯, 얼굴이라는 말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향해야 한다고 속삭이는, 낯선 얼굴이 거울에 도착했다얼굴/얼룩의 반성전문

 

∎∎∎∎∎


송재학의 검은색은 이목구비가 없는 것들의 몸이고 생각이다. 검음으로서의, 몸 혹은 생각이 바로 시인이 원한 검은색이다. 송재학은 이 검으 것들에 자신을 투사하며, 검은 것이 표현하고 있는 그 무엇이 곧 시인 본인의 내부를 관통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세상의 모든 색을 다 받아들이되 스스로는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는 존재가 마침내 띠는 색, 결국 색 아닌 색, 검은색. 검은색의 정신성에 대한 애착과 사유가 시집의 가장 깊은 곳을 흐르고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