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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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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너희가 문화를 아느냐?

달빛사랑 2019. 2. 26. 04:36

노동(민중)운동만 해왔던 내가 인천 문화판에 얼치기로 들어와 명함을 만든 지 어언 10여 년. 최근까지 나는 공부하는 심정으로 내 본래의 성정을 억누르면서 이 아수라판 같은 인천의 문화판에서 유화적인 모습을 견지해 왔다. 시를 써야 하는 시인이지만 서울은 물론 인천지역에 배포되는 상당수의 (정치적 성격의) 성명서를 책임지기도 했다. 생각과 실천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뒤늦게 뛰어든 문화판에 대한 통과의례이거나 나름의 헌신이라 생각한 까닭이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없지만 내 위장된 부드러움이나 의도적인 웃음의 궁극은 뒤늦게 뛰어든 낯선 운동 영역에 대한 나름의 예의이거나 겸손의 표백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천문화예술 판에서 내가 느낀 것은 운동성이 사상된, 치졸한 욕망의 부딪침뿐이라는 것이다. 가장 소리 높여 문화예술을 외쳐대는 인물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 판에서 구축(驅逐)되어야 하는 인물이라는 슬픈 역설을 확인하는 일은 나로서도 개운치 않았다. 인천에는 문화와 예술 이야기만 나오면 명함을 던지고 핏대를 세우는 인물들이 문학야구장의 의자 수만큼이나 많다.(자랑스러워라, 문화 도시 인천이여!) 대부분의 인사들이 진영의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늘 내세우는 일성(一聲)인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사랑이다. 나 역시도 그런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다만 나는 그들처럼 표 나게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을 과장하지 않았을 뿐.

 

최근 말 많고 탈 많은, 인천문화재단에 대한 혁신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혁신, 이 얼마나 가슴 뛰는 단어인가. 혁명적 쇄신, 나는 혁신을 그렇게 이해한다. 그런데 오늘 혁신위원회의 명단을 확인하고 생각이 많아졌다. 도대체 인천시는 무슨 기준으로 혁신위원들을 위촉한 걸까 하는 의문부터 시작해서, (위촉을 받았지만 안 들어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래도 어려운 판단을 후배들에게 미룬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과연 이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재단을 혁신하는 아름다운제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까지, 머리가 복잡해졌다는 말이다.

 

물론 개별구성원들의 능력치를 폄하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구성원들 중에는 내가 존경해마지않는 훌륭한 분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인천시가 불평불만들을 미봉하려고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인적 안배를 시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지켜보려 한다. 그 모든 분들이 내세우는 것이 인천 문화예술의 발전이니까 말이다. 다만 인천 문화판의 복잡한 지형과 드러나지 않은 팩트를 확인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성실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아니면 모두가 비민주라는 빗나간 선민의식도 지양해주길 바란다. 오히려 사소한 부면까지 작동하는 미시권력을 인정하고, ‘앞서서 나가니(오버하니) 산 자여 따르라하는 것은 힘의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사족 하나, 이제까지 어울리지 않게 나는 페어플레이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계속적인 마타도어나 함량미달의 숨은 공격에 대해서는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을 엄중하게 밝혀둔다. 나는 모든 층위의 논쟁을 인정하고 환영한다. 하지만 그 논쟁의 언어는 예의와 품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의 없는 공격에 대해서는 나 역시 그악스럽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까지 예의를 지킬 생각이다. 그것이 가벼운 불평불만꾼들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족 둘, 불가피한 불이익(사실은 불이익도 아니지만)에 익숙하지 않은 미숙한 투덜이들아, 너희가 문화와 예술을 아느냐? 그래, 나도 여전히 궁금하고 미숙한 것투성이다. 하지만 나는 내 스스로 무척이나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그래서 아직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구하는 것이지.(마치 소크라테스의 논조 같군)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봄날에 미숙한 당신들과 내가 서로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며 욕심 없이 한 자리에서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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