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수면蟲에 물렸다 본문
전날 과음을 하고 이튿날, 하루 종일 잠만 자는 패턴이 익숙해졌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나 많은 잠을 잔 것일까. 깨어 일어나 바라본 세상이 낯설기조차 했다. 직장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탓으로 나는 일상을 효율적으로 조직하지 못하는 게 틀림없다. 다음 날 출근 부담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날의 음주와 올빼미 일상에 겁을 먹어야 하는 게 옳다. 하지만 아침 출근에 대한 부담이 없다 보니 제멋대로 일상을 꾸려가기 일쑤다. 젊었을 때야 새벽까지 술 마시고도 아침 일정을 소화했지만 이제는 내 나이도 꺾인 50대다.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집에 있어도 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한 날은 괜스레 죄송스럽다. 그 극단의 외로움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고려장이고 유기 행위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뭘 하나. 대화가 단절되고 각자의 방에서 혼자만의 일에 집중하게 될 때, 나는 그렇다하더라도 아픈 어머니는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화장실 한 번 가는 것은 물론 식사를 하거나 잠자리에 눕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어머니 아닌가. 그런데도 의례적으로 식사나 차려드리고 설거지나 하고 어머니가 방에 들어가시면 나도 내 방으로 돌아와 자기 일만 하는 것은 여간 염치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쁜 일이라도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라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손을 잡아드리고 나서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요즘 어머니가 약간 거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나의 이러한 무심한 행태가 심해진 것 같은데, 통렬하게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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