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드디어 겨울이 시작되었다 본문
다인아트 북카페에서 진행된 박서혜 시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일찍 귀가했다. 어제 늦게 귀가한 것에 대해 벌충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이미 잠자리에 들어계셨다. 피곤하셨던 걸까. 살짝 문을 열어보니 모로 누워 주무시고 있었다. 자는 시간만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시고 몸이 편안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찍 들어온 김에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소녀 뱀파이어와 그를 사랑하는 소년의 슬픈 사랑을 그린 ‘렛 미 인(Let The Right one In, 2010)’이란 영화였다. 이 영화는 사실 오래 전에 이미 봤던 영화였다. 다만 과거에 봤던 영화는 스웨덴에서 만든 것이고 오늘 본 것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한 것이었는데, 스토리는 대체로 비슷했으나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뭐랄까. 스웨덴 버전의 영화가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였다면 미국 버전의 영화는 상당히 구체적인 현실감에 주안점을 둔 것 같다. 호불호가 나뉠 것 같긴 한데, 적어도 나는 여주인공의 연기나 분위기 면에서는 미국 버전의 영화가 훨씬 호감이 갔다.
늦은 밤, 배가 고파 만두를 삶아서 먹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방에서 나오셨다. 잠이 달아났으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는데, 어머니는 “누나가 냉장고 먹을 것 많이 사다가 넣어놓았으니 꺼내 먹어라”라는 말을 하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의 어깨와 등이 요 며칠 훨씬 더 심하게 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환기를 위해서 문을 여니 밤바람이 차갑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모양이다. 아마도 내 시집은 겨울바람이 차가울 때 출간될 듯싶다. 어제 최종교정본을 출판사로부터 받았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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