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힘내요, 태인 씨! 본문
이를테면 한결같은 청소와 한결같은 주방일과 한결같은 성경공부와 한결같은 운동을 지금은 할 수가 없다. 심지어 갈비뼈가 부러진 어머니는 바로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잠을 잔다. 그러다 깨면 멍하니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가 힘겹게 일어나 잠시 걷고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다가 다시 방에 들어가 3단 매트리스에 등을 기대고 잠을 자는 것이다. 나는 한결같았던 어머니의 일상과 안온한 잠자리가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갈비뼈가 붙기까지 어머니는 지금처럼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서 잠을 자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요 며칠 어머니는 폭삭 늙어버렸다. 통증이 집요하게 괴롭히는 왼쪽 가슴을 부여잡은 어머니의 몸은 전체적으로 숫자 9처럼 굽어가고 있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턱을 치켜세울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시선은 늘 눈높이에서 무표정하게 약간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마치 삶의 모든 신산함을 겪어 온 달관한 수도자의 표정으로…….
시간은 어머니를 조금씩 치유하는 시늉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어머니의 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어머니의 영혼까지는 굴복시킬 수 없었던, 고통과 밀약을 맺은 시간은 치유의 대가로, 본디 어머니의 몫이었던 것들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회수해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식사를 마치고 나서 비틀비틀 다리에 힘이 빠지면 안 된다며 걷고 또 걸으시는 어머니의 저 도저한 의지는 결국 고통과 시간의 야유와 능멸을 끝끝내 견뎌내실 거라고 나는 믿는다. 이제껏 그래왔고 이번에도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민하기보다 밝게 웃으며 응원을 한다. “힘내요, 태인 씨!”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마주 투 인천아리랑 공연 (0) | 2017.11.14 |
---|---|
10년 후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0) | 2017.11.13 |
소소하게 행복했던 주말 (0) | 2017.11.11 |
대체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0) | 2017.11.10 |
친구 어머니 고단한 삶을 벗어나다 (0) | 2017.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