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빈소일지①ㅣ힘내요 태인 씨 본문

일상

빈소일지①ㅣ힘내요 태인 씨

달빛사랑 2017. 7. 5. 22:00


어머니의 친언니이자 마지막 남은 혈육이었던 이모님께서 고단한 요양원생활을 정리하고 영면에 드셨다. 점심때쯤 부고를 받았지만 나는 저녁까지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텅 빈 집에서 홀로 언니의 죽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여한다는 사실이 눈물 많은 어머니께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빈소에 가기 위해 조금 일찍 집에 도착해서 비로소 ‘언니의 죽음’을 알렸을 때 어머니는 생각보다 담담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렇게 가려고 어젯밤 꿈에 왔다 간 모양이구나. 내가 그랬다. 자리에서 일어나 건강하게 걸어 다닐 거면 모르겠지만 그렇잖으면 하나님 곁으로 가서 편히 쉬라고.” 그렇게 한 마디 하시고는 굳게 입을 다무셨는데, 그 ‘의도된 담담함’이 내게는 무척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빈소에 도착해서도 상주와 가족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가장 큰 어른으로서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는 모습에서 나는 어머니의 마음의 크기를 볼 수 있었다. 88세 여산 송씨, 어머니의 혈육은 이제 지상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지만 깡마른 손을 잡아줄 튼튼한 내 두 손이 있다는 것으로 위로의 말을 대신한다. 곤고한 삶 속에서도 항상 의연했던 자랑스러운 내 어머니, 송태인 씨다.


아울러 이제는 더 이상 지상에서의 비루와 모멸을 온몸으로 감당하지 않아도 될 이모님을 위해서도 마음의 기도를 보탠다. 부디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