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빈소일지①ㅣ힘내요 태인 씨 본문
어머니의 친언니이자 마지막 남은 혈육이었던 이모님께서 고단한 요양원생활을 정리하고 영면에 드셨다. 점심때쯤 부고를 받았지만
나는 저녁까지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텅 빈 집에서 홀로 언니의 죽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여한다는 사실이 눈물 많은 어머니께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빈소에 가기 위해 조금 일찍 집에 도착해서 비로소 ‘언니의 죽음’을
알렸을 때 어머니는 생각보다 담담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렇게 가려고 어젯밤 꿈에 왔다 간 모양이구나. 내가 그랬다. 자리에서
일어나 건강하게 걸어 다닐 거면 모르겠지만 그렇잖으면 하나님 곁으로 가서 편히 쉬라고.” 그렇게 한 마디 하시고는 굳게 입을
다무셨는데, 그 ‘의도된 담담함’이 내게는 무척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빈소에 도착해서도 상주와 가족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가장 큰 어른으로서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는 모습에서 나는 어머니의 마음의 크기를 볼 수 있었다. 88세 여산 송씨, 어머니의 혈육은 이제 지상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지만 깡마른 손을 잡아줄 튼튼한 내 두 손이 있다는 것으로 위로의 말을 대신한다. 곤고한 삶 속에서도 항상 의연했던 자랑스러운 내 어머니, 송태인 씨다.
아울러 이제는 더 이상 지상에서의 비루와 모멸을 온몸으로 감당하지 않아도 될 이모님을 위해서도 마음의 기도를 보탠다. 부디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치 한 마리 벌레처럼 (0) | 2017.07.07 |
---|---|
빈소일지②ㅣ사촌들의 버라이어티한 삶, 파이팅! (0) | 2017.07.06 |
타박보다는 격려가 힘이 될 때가 있지요 (0) | 2017.07.04 |
나는 강철체력이 아니거든요 (0) | 2017.07.03 |
일요일엔 하루 종일 비 (0) | 2017.07.02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