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나는 강철체력이 아니거든요 본문
그래요. 결국 어제는 후배와 만나 신기시장에서 막걸리를 마셨지요.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밤이 늦어서는 장대비가 되어 쏟아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장한 빗줄기였습니다. 문어숙회와 막걸리도 좋았고, 좋은 사람과 마주하는 시간과 그것을 축복하듯 내리던 비도 좋았습니다. 우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맞아도 상관없는 비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우연히 마지막 공연을 마친 시립극단 단원들의 뒤풀이 자리에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만 원짜리 지폐를 주운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대부분 익숙한 얼굴들의 배우였지요. 시립극단의 배우들은 정규직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은 일정하게 보장되는 예술인들입니다. 나는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땅의 예술가들이 얼마나 열악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요일은 갈매기가 영업을 하지 않아 우리 민예총 사무실 근처의 양꼬치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제법 되었는데도 배우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연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연극의 한 장면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배우들과 헤어진 후 나와 오혁재 그리고 공연 사진을 찍기 위해 그들과 합류했던 사진가 류재형 선배 등 셋이서 근처 술집으로 들어가 또 술을 마셨지요.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모든 것이 비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일찍 들어갑니다. 오늘도 늘 그랬던 것처럼 지인들 서너 명이 술자리를 제안했지만 내일 아침 일찍 인문학강좌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가 없습니다. 꼭 강좌가 아니더라도 오늘은 정말 쉬고 싶었습니다. 들어가는 길 삼계탕을 한 그릇 사가지고 들어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주말 내내 운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머리가 무척 무거워졌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사무실에 들러 오전 10시 강좌를 개운하게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무척이나 피곤하고 절실하게 확인하고 있는 하루하루입니다. 이렇게 여름은 흘러가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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