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마음, 타성에 젖다... 본문
오전에 주일 예배 참석하고, 오후에 후배들이 기획한 배다리 축제인, “배다리안 나이트”엘 잠깐 들렀다가 상훈이의 전화를 받고 구월동으로 나와 롯데백화점 근처 생선백반 집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한 후에는 플루트 연주자 미경이를 만나러 상훈이와 함께 제물포 역을 찾았다. 딱히 목적도 재미도 없는 만남. 일종의 매너리즘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그 시간을 의미 있게 조직하지 못하고 잡담과 음주로 보내버리기 일쑤다. 처음에는 마음의 허허로움 때문이려니 했다. 지쳐있는 마음의 얼굴을 몇 차례 대면했을 때, 무척이나 안쓰러워 말 그대로 “그래, 마음아, 너 가는 대로 가보자.”였는데, 웬걸, 마음이란 녀석이 여유를 찾아, 뭔가 창의적 방향으로 자신의 발을 내밀기는커녕, 이전보다 더욱 초췌해진 얼굴로 자꾸 까라지기나 하고, “배 째라.” 식의 고집이 타성이 되어버린 것 같으니, 어째야 좋을지 통 모르겠다. 허수경의 시 ‘불취불귀’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인데, 사람을 만날 때, 상대로부터 비롯되는 지성의 향기나 은근한 배려의 아름다움을 맡고 느낄 수 있다면 그 만남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자기 자랑이나 일삼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무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이지 무척이나 참기 힘든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가 무엇보다 염오(厭惡)하는 것은, 자신에게 격동된 상대의 진지한 감정을 얄밉게(은근히) 즐기는 행위다. 자신은 결코 깊은 마음을 줄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마음을 늘 자신의 마음의 자장(磁場) 안에 붙잡아 놓으려고 하는 행동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독점욕이고, 자기 자신은 물론 상대에 대한 기만이 아닐 수 없다. 쿨하다는 것,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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